은행에 다니는 30대 ‘깔끔남’ 가제복. 그는 일과 가정사에 지쳐 낚시터를 찾는다. 그 옆에는 환갑을 코 앞에 둔 60대 ‘풍류남’ 김사용이 앉는다. 두 사람은 만나자 마자 사사건건 시비가 붙는다. 가제복은 시끄럽고 호들갑스러운 김사용이 마음에 안 들고, 김사용은 자신밖에 모르는 가제복이 못마땅하다. 가제복은 치매로 정신을 놓아버린 노모 때문에 가족간의 화목은 이미 깨져버린 상태다. 그런 가제복에게 애초부터 김사용은 편안한 말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싸움은 계속되고 중간 중간에 MT온 학생들, 필승을 다짐하는 복싱선수, 껌 파는 할머니, 불륜남녀, 비아그라 판매상, 낚시터 징수원 등 많은 군상들이 스쳐 지나간다. 두 사람간에 말다툼이 심해져 급기야 가제복은 “진짜 버릇없는 늙은이로군요. 현대 사회는 젊은이 사회 아닙니까? 늙은 양반들요, 짐입니다. 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둘은 몸싸움까지 벌어진다. 그때 지나가던 동네 불량 청소년들이 한마다 거든다. “야 저것 봐라 늙은 게 더 늙은 거 친다. 잘 들 논다.” 이들에게 흠씬 얻어 맞는 두 사람은 적에서 아군으로 바뀌어 위기를 탈출한다. 연극 ‘낚시터 전쟁’은 젊은 세대의 정신적 빈곤과 노인의 소외 문제를 통해 현대인의 세대간의 갈등을 그린 사회 풍자극이다. 낚시터는 강태공들이 유유자적하게 세월을 낚는 곳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삶의 터전이다. 그 가운데 놓인 젊은이와 늙은이들은 서로 외롭고 지쳐있다. 하지만 둘은 화해와 타협하는 방법은 잊은 지 오래다. 노인들에게는 젊은이들이 이기적이고 인간미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버릇없는 놈들에 불과하다. 그런가 하면 젊은이들은 사람들간의 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인들을 오지랖 넓은 푼수나 경쟁력 없는 인간으로 취급해 버린다. 젊은이들은 누구의 도움없이 홀로 서기위해 생존을 위한 처절한 경쟁에 내몰려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어졌고, 세월이 준 연륜과 지혜를 쓸 데가 없어진 노인들은 짐짝보다 못한 신세가 됐다. 작품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가치관이 흔들리는 요즈음 세대 간의 해묵은 갈등과 화해를 코믹한 에피소드로 풀어냈다. 연출가는 다양하게 등장하는 인간군상들 등장시켜 자신의 잘못은 모른 채 무조건 우기면 이기는 사회, 본질은 잊고 싸움만 하는 사람들이 넘쳐 나는 우리 주위의 모습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인켈아트홀 2관.8월21일까지. (02)741-3934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