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안정세를 보였던 장바구니 물가의 고공 행진이 거침없는데다 유류ㆍ교통ㆍ전기ㆍ전셋집 등 생활에 밀접한 모든 물가가 줄줄이 인상 대열에 올라서고 있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가 1.5% 상승에 그쳤지만 실제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의 고통은 날로 커지는 양상이다.
그렇다 보니 하반기의 기준금리 인하의 여지는 점차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투자은행(IB)업계는 한국은행이 통계상에 나타나는 소비자물가의 안정을 근거로 기준금리의 9월 인하를 예견해왔던 것도 사실. 예컨대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ㆍ스탠다드차타드 등은 한은이 9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IB의 예측과 달리 9월 기준금리 인하는 예상만큼 쉽지 않다는 전망도 강하다. 들썩이는 물가가 다시 기준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물가들이 하나같이 식탁물가ㆍ공공요금ㆍ기름값 등 필수물가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추가 상승의 가능성마저 높다. 국제곡물가격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ㆍ러시아 등 세계 곳곳의 가뭄으로 옥수수ㆍ밀ㆍ콩의 국제 가격이 이달 들어 폭등했는데 수입 가격은 국내 물가에 4~7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압박이 거세진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실기'에 대한 지적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골이 점차 깊어지자 상반기 금리인하의 필요성이 거론됐지만 13개월 연속 동결하던 한은이 뒤 7월에 갑작스레 '인하' 카드를 꺼냈는데 실기라는 것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가인상의 압박이 다시 높아지면서 통화당국으로서는 금리를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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