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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푸르덴셜생명 성공신화 이어질까
입력2003-07-09 00:00:00
수정
2003.07.09 00:00:00
박태준 기자
푸르덴셜생명의 `한국시장 성공 신화`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미국계 생명보험회사인 푸르덴셜생명은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회사 가운데 가장 성공한 회사로 꼽힌다. 지난 90년대 초 국내 보험시장에 `종신보험`을 처음 선보인 후 이 상품 하나와 고학력 재무설계사를 끌어들여 매년 수백억원씩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것.
그러나 최근 `종신보험 전도사`이며 `전문 설계사의 원조`격인 푸르덴셜생명에도 차츰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보험환경이 바뀌면서 종신보험밖에 모르는 변화없는 경영전략으로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방카슈랑스ㆍ텔레마케팅 등 새로운 영업 채널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푸르덴셜만의 `집중력`이 앞으로도 `작지만 강한 생보사`의 면모를 유지시켜 줄 것이라는 낙관론도 여전하다. 은행 지점에서 보험상품을 파는 시기가 불과 50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인데도 초연하게 `종신보험 전문설계`만을 고집하고 있는 푸르덴셜에 대한 논란을 짚어본다.
◇ `only`종신보험 전략 10여년= 푸르덴셜 생명은 지난 회계연도(2002.4~2003.3)에 850억원의 당기순이익(법인세 차감전)을 벌어들였다. 흑자행진을 계속하고 있으며 재무구조도 탄탄해 외견상 문제가 없다.
그러나 차츰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국내 생보업계는 2~3년 동안 시장을 평정하다시피 했던 종신보험의 뒤를 이를 대체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방카슈랑스ㆍ텔레마케팅 등 새로운 판매 채널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반면 푸르덴셜생명은 `재무설계사를 통한 종신보험 판매`만을 끝까지 고집하고 있다. 국내 생보사의 한 임원은 “지금까지는 푸르덴셜이 성공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전략이 그대로 유효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다른 세계적인 보험회사들은 푸르덴셜과는 확연히 다르다.
알리안츠생명이 종신보험은 물론 텔레마케팅 영업에도 정성을 쏟고 있고 메트라이프생명은 이달중 새로운 상품인 변액유니버설보험을 판매할 계획이다. ING생명은 종신ㆍ연금보험을 두 축으로 하면서 방카슈랑스 시장의 선점을 노리는 등 발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이에 비해 푸르덴셜생명은 방카슈랑스 영업을 이미 포기한 것 처럼 보인다. CI(Critical Illness)ㆍ장기간병보험 등 신상품 개발에도 소극적이다. 과연 변화하지 않고 성공한 자리에 머무를 수 있을까. 푸르덴셜의 고집이 어떤 결과를 나을 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성장세 한풀 꺾여=푸르덴셜의 이 같은 전략은 내부 영업조직에도 불만 사항이 돼 한때 연금보험 개발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타당성만을 따지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단일 상품 판매에 한계를 느낀 모집인들의 이탈과 경기침체와 종신보험시장의 포화에 따른 판매실적의 감소. 푸르덴셜의 올 1월부터 5월까지 초회 보험료 수입은 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1억원에 비해 24억원 줄었다. 성장만을 거듭하던 푸르덴셜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수 있는 실적 하락이다.
다른 외국계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수년전 푸르덴셜생명은 국내 모든 생보사의 벤치마킹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며 “과거 생보 영업의 흐름를 주도했던 회사가 최근의 시장 변화를 외면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푸르덴셜측은 판매창구나 상품을 다양화할 경우 집중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영업전략의 방향 전환을 고민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전문설계사의 높은 생산성이 푸르덴셜을 종신보험부문의 `영원한 강자`로 남게 할 것이라는 믿음도 강하다. 국내 보험업계의 환경 변화가 더욱 빨라져도 지금의 전략을 고수하면 `종신보험=푸르덴셜`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더욱 강하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성`을 선택한 다른 대형 보험회사들과 `집중력`을 믿고 있는 푸르덴셜이 각각 어떤 미래를 만들어 나갈지 주목된다.
■푸르덴셜생명은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91년 6월 한국 시장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 모집인력은 단 30명. 이후 2년여간 푸르덴셜은 고전을 거듭했다. 현 회장인 제임스 최 스팩만씨가 사장으로 취임한 93년 무렵에는 `한국 시장 철수`설이 나돌 정도였다.
최 회장 취임후 조직정비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분위기를 일신한 푸르덴셜은 외환위기를 전후해 `종신보험`이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다. 98년 이후 수입보험료와 자산규모는 매년 두배 가까이 커졌다. 시장점유율도 98년 0.2%에 불과했지만 2002년 1.3%로 뛰어올랐고 99년 171억원으로 시작된 당기순이익도 지난 3월에는 850억원으로 늘었다.
이 같은 푸르덴셜의 성장은 국내 생보시장의 상품 구성이 종신보험 위주로 재편된 것과 함께 푸르덴셜이 자랑하는 모집인력인 라이프플래너(LP)의 막강한 생산성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1,600명 안팎인 LP의 2002회계연도(2002.4~2003.3) 1인당 생산성(수입보험료/모집인수)은 3억5,400만원으로 업계 정상급이다. 특히 연금ㆍ건강보험 등 다양한 상품이 구비돼 있지 않고 오직 종신보험만을 판매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실적이다.
푸르덴셜생명이 다른 생보사 출신의 모집인을 영입하지 않고 오직 자체 교육으로 LP를 배출하는 것은 그간의 성공에 따른 자신감 때문이기도 하다. 푸르덴셜생명 LP들이 1년동안 회사를 옮기지 않는 비율을 말하는 12월차 정착률은 90%에 달하고 이 LP들이 판매한 종신보험이 1년 이상 유지되는 13회차 유지율도 94.5%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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