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이슈로 급등락을 반복했던 불과 몇 개월 전,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가 2012년 주식시장 흐름을 상저하고(上底下高)로 예상할 만큼 불안했다. 올해 상반기 대규모로 도래하는 유럽 문제국들의 국채만기가 도저히 쉽게 넘어갈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ㆍ1% 저금리로 유럽은행들에게 3년간 돈을 빌려주는 제도)이 리먼 사태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양적완화(QE)와 비슷한 효과를 내며 국채쇼크로 촉발된 유럽은행들의 신용경색 문제를 해결해 주며 증시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자 이는 다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며 두 달 사이 10조원이라는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의 자금이 단기간에 한국 주식시장에 유입됐고 이에 따라 주식시장도 활기를 찾았다.
이 과정에서 유동성 장세의 전형적인 특징인 금융업종과 화학업종의 선전, 낙폭과대주의 회복과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점차 유동성장세가 마무리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 업황 회복 없이 돈의 힘으로 밀어 올린 주가의 상승이 정당한지에 대한 의문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업황 회복의 바로미터인 1ㆍ4분기 실적을 확인하고 가자는 심리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며 실적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주식비중 축소까지는 아니더라도 당분간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이며 실적 기대감이 높은 자동차ㆍ정보기술(IT) 업종이나 중국 관련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올 들어 주가가 올랐던 것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 동향을 보면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선행지수 반등세가 나타나고 있고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모멘텀도 살아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유독 중국은 선행지수하락세가 계속되며 주목할 만한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요투자은행들의 전망을 살펴보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회복이 조금 늦어지고 있을 뿐 경기가 바닥을 치고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증시는 다시 이 경기모멘텀이 둔화될 가능성, 잠잠해진 유럽재정위기가 유럽은행의 자본확충 과정에서 재부각 될 가능성, 전세계적으로 이뤄지는 정치적 이벤트인 선거, 고유가ㆍ고물가 여부 등으로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승세는 유효하다고 보지만 올해만 놓고 봤을 때 제한적인 등락이 예상된다. 따라서 리스크관리를 염두에 두고 주가가 하락할 때도 연 10%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수준에 상관없이 투자할 수 있는 적립식펀드에 관심을 둘만하다. 그 동안 각광받았던 물가연동국채, 장기채는 가격메리트가 낮아져서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나 분리과세가 필요한 투자자 이외에는 당분간 관망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중국 관련 상품도 눈여겨볼만하다. 중국 당국의 긴축완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정권교체 이후 본격적인 부양책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중국주식의 매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전망에 동의하는 투자자라면 올 상반기 중국 본토펀드를 분할 매수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에 나서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지난해 중국 본토주식은 그리스를 제외하고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 만큼 가격 매력도 높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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