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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회장 자살 충격 확산
입력2003-08-04 00:00:00
수정
2003.08.04 00:00:00
김영기 기자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4일 새벽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 본사사옥 12층 자신의 집무실에서 투신자살했다. 정 회장의 사망으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조성 등 대북 경제협력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대북송금 및 현대 비자금 150억원 사건의 진상규명도 난항을 빚게 됐다.
정 회장의 시신은 이날 오전 5시50분께 계동사옥 뒤편 주차장 앞 화단에서 청소원 윤모(63)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정 회장의 시신은 오전 8시10분쯤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빈소는 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회장의 빈소로 사용된 3층 30호로 정해졌다.
경찰은 정 회장실이 위치한 사옥 12층 창문이 열려 있었고, 119구급대원의 사체확인 소견 등으로 미뤄 시신 발견 4~5시간 전에 추락사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중이다. 경찰은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부검을 실시한 뒤 사망 원인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관계자들은 정 회장이 대북송금 및 현대비자금 150억원+알파 사건 수사과정에서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어왔다고 말해 이것을 자살원인으로 조심스레 추정했다.
정 회장은 부인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앞으로 3통의 유서를 남겼다. 정 회장은 유서에서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고 자책했으며,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달라. (고 정주영)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을 담아 대북 사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3통의 유서중 임직원에 남긴 유서는 공개되지 않아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8년생인 정 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현정은씨(48)와 지이, 영이, 영선 등 1남2녀가 있다. 장례는 현대아산 회사장(장례위원장:김윤규 사장)으로 5일장을 치를 계획이며, 장지는 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묘소가 있는 하남 선영으로 정해졌다. 유가족들은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달라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북측과의 합의를 거쳐 금강산에 유품을 모실 계획이다.
한편 정회장의 갑작스런 투신 자살로 당분간 남북경제협력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아산은 정 회장의 사망에 따른 후속조치 마련과 내부경영 정상화에 우선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북경제협력의 양대 사업인 개성공단 건설과 금강산관광사업은 정 회장의 장례와 현대아산의 경영 정리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검 중수부가 본격 착수한 `현대비자금 150억원+α`사건 수사도 이번 사태로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정 회장은 대북송금 특검 수사에서 2000년 4월 중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통해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1억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150장을 건넨 `뇌물 공여자` 혐의를 받는 주요 피의자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현대 비자금 사건의 열쇠를 쥔 핵심 인사로 검찰 수사를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김영완씨 귀국 문제가 매듭을 짓기도 전에 생을 마감, 검찰로선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기기자,조영주기자 y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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