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오류동에서 인천대공원을 잇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해 대다수 공구에서 '외상공사'가 진행됐다. 건설사에 공사비를 제때 지급할 예산이 없어 올해 예산이 나오면 밀린 대금을 주기로 한 탓이다. 자연히 공사는 더디게 진행됐다. 당초 목표인 2016년 7월 개통도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사실 인천도시철도 2호선은 박근혜 대통령이 공기를 앞당겨 조기 개통을 공약으로 내건 곳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인천시가 982억원을 추가 지급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지급 근거가 낮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선 때마다 남발되는 지역공약이 오히려 각 지역의 체계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한다. 대선 때만 되면 대규모 프로젝트가 당장이라도 이뤄질 것처럼 애드벌룬을 띄웠다가 막상 예산편성 때는 정부가 이를 뒤집는 관행이 반복되면서 지방기업이 투자와 고용 결정에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말 민병두 의원실 집계에 따르면 시도별 핵심공약 121개(정부가 분류한 지역공약은 106개) 가운데 60개가 사실상 파기되거나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중기 경제운영 방향을 담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도 지역공약 이행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가 지역공약에 뚜렷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은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에 설립하기로 한 선박금융공사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협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사실상 설치가 무산됐고 국제영상 콘텐츠밸리 조성사업은 국비신청액 355억원 중 고작 10억원이 반영되는 데 그쳤다.
인천에서는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및 지하화 추진 공약이 연구용역 지연 등의 영향으로 차질을 빚고 있고 서울 지하철 7호선을 청라신도시로 연결하겠다는 공약 또한 경제성분석(BC)이 0.56에 그쳐 최소치인 0.85에 미달하면서 추진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경기권에서는 수서발(發) KTX 노선을 의정부까지 연장하겠다는 공약이 있었으나 현재 구체적인 사업 진척 상황이 없으며 강원도에서는 설악권 일대를 관광중심지대로 만들겠다는 '통일경제관광특구법'이 제정되지 않아 관련 예산 역시 빨라야 내년부터 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대전에서는 4개 공약이 지연되고 있으며 △충북 2개 △충남 3개 △대구 2개 △경북 2개 △경남 2개 △울산 2개 △광주 3개 등이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공약 파기·지연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하고 있다. 공약을 내놓기 전부터 이어져온 계속사업은 연차별 재정 소요를 지원하고 신규 사업은 사업 구체화·타당성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내놓은 '지역공약 이행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규 사업의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단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대부분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업의 경우 과거 예타 결과 타당성이 낮아 사업을 재기획한 후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되면 이 공약은 자연히 파기 수순을 밟게 된다.
민간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예타는 사업성 분석도 중요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며 "예타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3의 기관 설립 등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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