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증권(016360)이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주식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아 출렁이던 주가는 1년 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구조조정으로 조직을 슬림화한데다, 부유층 자산 관리 부문에서 시장 우위를 점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삼성증권은 소폭 조정을 받아 전 거래일보다 350원(0.74%) 내린 4만6,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초 4만원 선이던 삼성증권의 주가는 지난 3월 말 3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주식 거래량 감소로 증권사에 대한 투자 심리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이후 삼성증권은 주가를 조금씩 회복, 5월 다시 4만원 선을 회복했고, 25일 정확히 작년 주가(4만6,800원)로 돌아왔다.
삼성증권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된 것은 자산 관리 사업집중과 비용 효율화 작업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삼성증권은 올 1·4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4.93%까지 상승했다. 지난해(3~12월) 삼성증권의 ROE는 0.7%에 그쳤다. 단숨에 ROE를 7배가량 늘린 것이다. ROE는 자기자본으로 얼마 만큼의 수익을 내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높을수록 돈을 버는 능력이 탁월함을 나타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내부적으로 ROE 연 6% 달성을 목표로 잡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ROE가 높아진 것은 비용 효율화 작업과 자산관리 서비스 집중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두 전략은 김석 삼성증권 사장이 진두지휘했다.
김 사장은 지난 4월 11일 구조조정 방침을 전격적으로 내놨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은 전 직원의 10%가량인 330명이 회사를 떠났다. 삼성증권은 위로금과 퇴직금을 합해 대략 400억원 가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년의 순이익(240억원) 규모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삼성증권은 "지속해서 구조 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라서 추가적인 비용 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은 슬림화했지만, 고객의 자산관리 역량은 무게를 더했다.
우선 삼성증권은 최근 고객중심 평가보상제도를 도입해 직원과 고객이 수익률이라는 한배를 타고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특정고객에게 금융상품을 많이 팔아 판매실적이 높은 경우라도 이후 해당 고객 수익률이 저조하면 성과 평가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금융상품 판매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단품으로 판매하는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펀드, 주식,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의 포트폴리오로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종합자산관리 랩 서비스인 'POP UMA(Unified Managed Account)'을 내놓은 것.
최근에는 기본수수료를 낮추고 수익률이 높을 경우에 추가로 수수료를 더 받을 수 있는 'POP UMA 성과보수형'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높지 못한 상황에서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고, 직원도 판매실적이 아니라 고객의 수익률을 높여야 좋은 영업성과를 거둘 수 있는 구조를 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과보수지급형 ELS도 조만간 출시예정이다.
온라인 자산관리 영역도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6월 말까지 온라인금융상품 판매규모가 3,500억원을 넘었으며, 연말까지 판매액 1조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고객 예탁 자산은 120조원, 개인 고액순자산가 수는 7만9,987명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자산관리 부문 수익 비중은 10~15%로 경쟁사보다 높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46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1분기에 410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300여명의 희망퇴직 비용 때문에 2분기 순이익은 50억원 내외로 감소한 것으로 관측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증권에 대해 자산관리 사업부 비중이 높은 만큼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효율화 작업을 거치면 올해 하반기에 개선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구조조정 노력이 하반기부터 이익 개선에 기여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라며 "연간 800억~1,000억 원의 이익개선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삼성자산운용 지분(65.25%) 매각으로 발생한 차익 1,577억 원도 3·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란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