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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살리자 노·사·정 대토론회/주제발표 내용
입력1997-04-21 00:00:00
수정
1997.04.21 00:00:00
서울경제신문은 「경제를 살리자」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21일 하오 전경련회관 대회의실에서 노·사·정 대토론회를 갖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박인상 한국노총위원장, 최종현 전경련 회장,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각각 노·사·정대표로 참석,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과 역할 분담에 관해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다. 주제발표에 이어 3명의 노·사·정대표들은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의 사회로 김진동 서울경제신문주필, 박병재 현대자동차 사장, 박훤구 한국노동경제연구원장, 정재영 성균관대 교수 등 패널리스트 4명과 함께 경제살리기를 이룩하기 위한 세부실천 방안에 관해 다각적인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노·사·정 대표들의 주제발표 전문을 게재한다.<편집자주>◎노/노사협력해 경쟁력 향상/어려운 때일수록 고용안정·공정분배 실현을/일방적 고통전담·희생 강요땐 부작용 낳을것/박인상 한국노총위원장
경제가 어렵게 되면 그 피해를 가장 집중적으로 받으며 그것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이 바로 노동자다. 그러기에 노동자들은 늘 우리 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게 된다. 누구보다도 우리 경제를 걱정하는 주체가 바로 노동자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한국 노총이 경제의 한 주체인 노동자들의 「노동의욕」을 저하시키고, 궁극적으로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노동법 개악」을 적극 반대했던 것이다.
만일 여야 정치권이 노동법 개정을 민주적으로 마무리 짓는다면 「우리 경제의 활력 제고」를 위해서 생산성향상, 불량률 줄이기 및 근검절약 운동과 과소비 추방운동 등을 전개할 용의가 있음을 지난 2월초 천명했던 것이다.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경제할」 마음이 생기게 하면 된다.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마음을 갖게 하고 노동자가 신명나게 노동할 마음을 가지게 하며 소비자들이 경제논리에 따라서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은 경쟁력의 가장 큰 원천인 우리사회의 신뢰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며 나아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책으로는 우선 정치가 개혁되어야 한다. 선거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을 대폭 개선해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생산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
그렇게되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 중의 하나인 고비용·저효율의 정치가 저비용·고효율의 정치로 바뀔 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경제를 살리자」면서 「경제 살리기」엔 안중에도 없이 경쟁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국민일반의 불신이 사라질 것이다.
○정부기구 축소해야
둘째로 고비용·저효율의 핵심적 근원인 공공부문을 개혁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개혁은 작은 정부와 봉사행정을 지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게되면 규제를 완화한다면서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거나, 탁상공론식의 행정은 사라질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기구를 대폭 축소하고 노동부와 환경부, 교육부, 재경원의 일부 등 인간과 사회관련 부서를 「노동사회원(가칭)」으로 통폐합하여 격상시켜 재경원과 노동사회원 및 통일원이 서로 정립하는 구도로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노동사회원 산하에 사회보장을 일원화할 수 있는 「사회보장청(가칭)」을 둠으로써 사회보장을 확충하고 사회보장관련 비용을 줄여나간다면 그것 자체가 경쟁력 제고의 길일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과 사회안정을 실현하는 것 또한 경쟁력 제고의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다.
셋째로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여 전문 경영인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이것은 재벌구조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규모의 경제 이점을 극대화하는 효과적인 방책이 될 것이다. 여기에다 노동조합의 경영참가를 보장한다면 투명한 기업경영을 실현하고 경제가 어려울 때 노사공동체 의식하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넷째로 가장 낙후된 산업인 금융산업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이것은 최근 「금개위」의 논의와 같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와 일체화」가 아니라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금융산업은 그 자체로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실질적인 대출심사권이 행사되고 담보대출 관행 등의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다.
다섯째로 「기술담보대출」 제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고 중소기업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만성적인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고 중소기업의 유연성과 창의성이 최대로 발휘되며 벤처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고물류비용과 과도한 부채 및 고금리로 인한 고금융비용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 관련 정책과 국민 일반의 인식이 바뀌도록 해야 한다.
○실명제 더욱 강화를
이를 위해 기업 소유의 부동산과 부채를 상계하는 방안과 부동산을 소유하기 보다는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하도록 재산세 등 관련세제를 민주적으로 개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및 종합소득세제가 전면 개혁되고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일곱째, 노동법이 민주적으로 개정됨으로써 진실로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고 노동자들의 능력개발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하며 협력적 노사관계를 수립해야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경쟁력의 원천은 사람인 것이다. 노동자는 단순한 생산의 요소가 아니라 정신과 혼을 가진, 살아움직이는 사람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덟째, 이러한 방향에 기초하여 정부정책이 일관성있게 추진됨으로써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홉째, 각계 각층의 사회지도급 인사들이 이러한 방향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끝으로 기업은 어려울 때일수록 노동자의 고용안정 보장과 공정분배 실현 및 참여경영에 힘써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유도하고 협력적 노사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 조합주의’ 지향
이러한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노동자들은 언제라도 흔쾌히 논의하고 고통을 분담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서 보듯이 일방적인 고통의 전담이나 희생의 강요는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만 낳고 우리경제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우리 한국노총의 노동운동기조는 「국민적 조합주의」로서 우리 국민의 지지를 받고 우리 국민경제와의 정합성을 가지는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라는 점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사/고비용 타개 정부 앞장을/국내금리 국제수준화·자금 적기조달 필요성/임금 2∼3년간 획기적 안정방안 고려 해봄직/최종현 전경련 회장
최근 성장률이 하락하고 국제수지 적자와 실업률이 증가되는 등 주요 경제지표가 추락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재고가 누적되고 가동률이 떨어져 기업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의 부도사태와 극도의 자금난까지 겹쳐 앞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보다 큰 문제는 이러한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활로가 보이지 않고 기업의욕이 날로 떨어져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가 이대로 주저앉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패배주의와 무력증에 빠져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우선, 경제가 이렇게 된 데에는 고비용구조를 감당할 고부가가치 구조로의 조정과 신상품 및 신기술개발, 경영체질 강화에 경영력을 집중시키지 못한 기업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감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원활한 구조조정과 투자를 가로막는 이른바 정책적 규제와 높은 금리, 임금, 지가, 물류비 등이 그것이다.
현 경제난국은 경기순환적인 요인과 누적된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복합된 것에 기인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고비용·저효율구조의 탓이다.
○개방 대응책도 미흡
제품의 고부가가치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여건에서 우리 국민소득의 2배인 영국 수준의 임금, 일본의 4.6배인 금리, 영국의 10배에 달하는 공장용지 가격 등의 요소비용과 일본의 2배에 달하는 물류비로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외국기업과의 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최소한 경쟁상대국과 같은 경영여건만이라도 조성해 주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쟁력의 약화가 초래된 것이다.
이러한 고비용·저효율구조는 근본적으로는 시장기능을 활성화시키지 못한데 기인한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금융산업과 금융시장의 비효율성이 증대되어 기업의 금융비용이 늘어났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에는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는 나라가 승리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효율보다는 형평을 앞세워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함으로써 시장기능보다 정부역할을 중시한 결과 기업활력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
특히 시장이 개방된 상황에서도 경제력집중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대기업의 투자나 자금조달과 같은 기업 본연의 활동마저 규제하여 거래비용이 높아지고 있다.
차별적 규제를 받는 대기업이 외국기업과 경쟁하기 어려우며 공기업 민영화, 금융개혁, 구조조정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개방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되었다.
또한 국민총생산(GNP)의 50%를 상회하는 공공부문도 고비용·저효율을 야기하였다. 전력, 항만, 통신, 철도 등의 관련 공기업의 비효율로 이들 공기업의 생산물을 사용하는 민간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현재의 경제위기가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총체적 불안심리와 겹쳐 야기된 만큼 모든 경제주체들이 고통분담과 자기혁신에 동참할 때에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따라 민간경제계는 경제활력회복이 결국 투자와 생산활동의 주체인 기업의 경영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재인식하고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경제난 타개를 위하여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금동결, 토요휴무반납, 근무시간연장 등 일 더하기 운동의 확산과 노사합의를 통한 무교섭무쟁의 및 산업평화의 구축, 생산성 향상, 경비절감과 같은 활동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국면을 극복하는 데는 기업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으므로 고비용을 초래하는 핵심적인 과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타개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 추진중인 금융개혁의 목표를 국내금리의 국제수준화와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조달하는데 두어야 한다.
통화량 공급을 억제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총수요관리방식은 폐쇄경제하의 경제운영방식이며, 개방경제하에서 금리는 신축적인 통화관리와 자본시장 개방의 확대를 통해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자금조달에 관한 규제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규제를 제외하고는 모두 폐지하여야 한다. 특히 외자이용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여 저리자본의 도입을 통한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둘째, 지금과 같은 높은 임금수준과 상승률로는 외국기업과 경쟁할 수 없으므로 경제를 조기에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2∼3년간 임금을 획기적으로 안정시키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한다.
우선 정부가 솔선하여 공공부문부터 임금 안정을 추진하고, 민간부문에서도 생산성과 연계된 임금체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또한 개정노동법을 조기에 정착시키고 엄정한 법집행으로 노사관계의 안정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
끝으로 시장기능의 활성화를 위하여 정부는 생산요소의 조달이나 경영전략에 관한 규제는 최소화하도록 규제혁파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실천하여야 한다.
○규제혁파 계획 필요
그간 규제개혁이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절차완화 수준에 머무른 것은 체계적인 계획없이 각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진정한 규제개혁을 하려면 추진체계부터 규제집행자가 아닌 피규제자를 중심으로 바꾸어야 하며, 건수 위주의 개선이 아니라 정책적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결국 현재의 경제난 극복은 기업의 자구적인 노력에 더하여 이같은 핵심정책과제에 달려 있으므로 하루 속히 이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타개의 지름길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모든 경제주체가 현재의 경제난을 바르게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여야 한다는 컨센서스를 이루고, 각자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다. 경영자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여 경제난을 극복하는데 앞장서 나가고, 근로자 역시 근로윤리 회복과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여야 한다.
정부는 경제주체의 경영의지를 고취 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규제개혁이요, 고비용·저효율구조의 획기적인 타파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경제외곽 불안요소 해소하겠다/규제철폐 추진으로 ‘고비용저효율’ 구조 타파/사교육식료품비 등 생활물가 안정에도 주력/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1.현 경제상황 인식
지난해부터 우리경제는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와 외채가 크게 늘어나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경제현장의 체감경기는 경제지표보다 더 위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실업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한보 및 삼미부도 등으로 경제전반에 걸쳐 의욕이 떨어지고 우리경제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불안은 본질적으로 경기순환의 하강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것과 함께 여러해를 두고 구조적 취약요인이 누적된 데서 비롯되고 있으며 아울러 대통령선거 등 정치계절을 앞두고 앞으로의 경제기조에 대한 일반적 불안감도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는 지금 21세기를 앞두고 정치에서의 자유민주주의, 경제에서의 시장경제원리를 양대축으로 하여 개방화와 정보화 그리고 인간중심의 새로운 질서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 모든 나라는 국정운영을 경제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스스로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몇해동안 정치·사회 분야의 개혁이 강도높게 추진되었으나 세계적인 조류와 우리의 경제발전단계에 알맞게 대응하여 변신하기 위한 경제분야의 구조조정은 상대적으로 미흡하였으며 그 결과 「고비용·저효율」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제체질의 약화와 경쟁력의 저하라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안게 되었습니다.
특히 대외경쟁이 없이 지난날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부문일수록 개방화와 경쟁심화에 따른 고통을 더욱 크게 겪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정부는 당면한 경제불안요인들을 조기에 해소하여 신뢰를 회복하면서 그 토대위에서 「미래지향의 경제의 틀」을 하루속히 새로이 짜 선진경제의 바탕을 만드는 것이 시급한 오늘의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앞으로의 정책방향
정부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성장률이 5%대로 낮아지더라도 단기적인 경기부양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며 물가안정과 경상수지개선에 중점을 두면서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고쳐 나가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왜냐하면 구조적 취약요인과 개방경제체제 등을 감안할 때 일시적인 고통을 덜기 위한 경기부양조치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구조조정의 지연과 경상수지와 물가의 악화라는 부작용을 더 크게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경제정책은 지난 3월20일 경제장관합동 기자회견시에 밝힌 다음의 세가지 방향에 중점을 두고 일관성있게 추진할 계획입니다.
첫째, 우리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불안요인들을 조속히 해소하여 경제주체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둘째, 경상수지적자 지속의 근본원인이 되고 있는 우리의 씀씀이를 정부부터 솔선하여 능력에 맞게 줄여나가겠습니다.
셋째, 경제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진정한 시장경제로의 구조조정작업을 가속화할 계획입니다.
이와 같은 세가지 경제정책기조는 대통령선거나 정권의 마지막 해라는 정치적 상황에 흔들림 없이 반드시 지킴으로써 「경제살리기」를 위한 여건조성에 앞장서 나갈 것입니다.
1)불안요인 해소와 안정노력
◇금융·외환시장의 안정노력 강화=정부는 한보사태와 삼미부도 등으로 빚어진 경제불안요인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금융·외환시장의 안정과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하여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고 해외에서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 결과 최근 금융·외환시장은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금융·외환시장의 안정노력을 계속해 나가는 동시에 시장기능을 살리는 구조개선대책도 착실히 추진할 계획이며 특히 우리경제의 자율성 제고 및 개방체제로의 조기전환을 위하여 자본시장개방 확대와 금융기관 및 기업의 해외자금 도입 확대 등 자본자유화 일정을 대폭 앞당겨 추진할 계획입니다.
◇물가안정노력의 강화=물가안정은 서민생활과 임금안정, 노사화합 및 원활한 산업구조조정의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지수면에서의 물가안정보다 사교육비, 식료품비, 주거비 등 실질적인 생활비가 안정되도록 하는데 보다 중점을 두어 나갈 계획입니다.
◇고용의 안정=또한 올해에는 경기침체 지속, 기업의 감량경영, 그리고 경제구조조정의 여파로 고용안정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용불안이 최소화되도록 창업·전업·전직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며 특히 고용안정사업을 확대하고 전직자 훈련 확대 등 직업훈련체제와 취업알선기능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중소기업의 창업활성화 및 구조조정의 촉진=고용안정을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튼튼한 중소기업들이 경제의 바탕을 이루어야 합니다.
정부는 기존의 중소기업들이 보다 경쟁력있는 기술집약적·지식집약적 분야로 구조조정을 해 나가도록 함과 아울러 새로운 벤처기업들이 끊임없이 생성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3월31일 「기술집약형·지식집약형 중소기업」이 활발하게 생성되고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의 창업 및 구조조정에 필요한 인력·기술·판로 및 세계시장 동향 등 정보를 공급하고 기업과 서비스 공급기관을 연계시켜 주는 행정서비스 체제구축을 위하여 정부의 기능을 조정해 나갈 계획입니다.
2)국제수지 방어 긴축 운영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고 외채가 느는 원인은 우리경제가 실력이상으로 쓰는데 있습니다. 실력을 높이는데는 시간이 걸리므로 당장은 씀씀이를 줄임으로써 경상수지 적자를 줄여나가야 합니다.
씀씀이를 줄이는 데는 누구보다도 정부가 앞장서겠습니다. 최근 성장이 둔화되고 기업 모두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올해의 세수목표를 2조원 규모로 줄이고 예산 집행도 연초의 공공부문 경상경비 1조원 절감에 추가하여 정부사업비 1조1천7백억원의 집행유보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민 모두도 소비문제를 일부 계층의 낭비, 고가품 소비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모두가 선진국의 시민처럼 근검절약하는 자세로 소비생활을 합리화하고 과학화해야 할 것이며 특히 에너지가격 구조개선과 에너지 효율제고를 통하여 에너지 소비도 원천적으로 줄여나가야 할 것입니다.
3)규제개혁
경제성장의 애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고비용·저효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철폐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자유로운 기업활동과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기업활동의 투명성을 높이는 규제개혁을 강력히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금융산업에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해야 하며 금융개혁위원회의 활동결과가 나오는대로 금융개혁을 가속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 금융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부도 등 고통도 예상되는 만큼 이로 인해 국가경제 전체가 혼돈에 빠지지 않도록 보완장치도 함께 강구할 계획입니다.
경쟁없이는 경쟁력이 제고될 수 없으며 개방과 경쟁의 시장기능을 제대로 작동시켜야 물가안정과 기술개발이 가능하므로 경쟁 제한이나 반시장경제적인 정부규제는 과감히 철폐하여 경쟁이 촉진되는 자유로운 기업환경을 적극 조성해나갈 것입니다.
3.기업·근로자의 자세
이제까지 정부의 경제정책기조를 말씀드렸습니다만, 우리가 미래지향적인 「시장경제의 틀」을 튼튼하게 구축해 나가기 위하여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경제활동의 주축이 되는 기업인과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자세 필요=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경기둔화와 앞으로의 경제전망의 불투명 등을 이유로 기업들의 투자가 매우 부진한 상황입니다.
또한 기업들은 그동안 기술개발·생산성 향상보다는 주로 설비확장을 위한 투자에 주력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일관성있는 정책추진으로 경제활동의 에측가능성을 높여나가는 동시에 기업경영환경을 개선해 주는 노력을 지속하겠습니다만, 기업들도 투자, 특히 합리화·연구개발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섬으로써 우리경제의 활력을 이끌어 주어야 하겠습니다.
◇고용안정노력 강화=임금은 지난 10여년간 연평균 15%를 상회하는 높은 상승세를 지속한 반면 노동시장이 경직화되어 노동부문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원인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올해에는 임금수준보다도 고용안정이 더 중요한 상황이므로 근로자는 우선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기업활력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대사회는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평생직장의 개념은 이제 생각하기 어려우며 가족이 함께 일하는 사회, 나이에 관계없이 계속 배우고 일해야 하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어려서 배우고 젊을 때 일하고 늙어서 은퇴하여 쉰다는 종전의 「3분법적 인생」이 평생교육·평생근무로 바뀌어야 하며 이를 위해 근로자들은 자기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기업들도 올해는 기업경영이 어렵고 인력관리에 애로가 있겠지만 인력의 재배치·재교육 등을 통해 가급적 고용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지난 3월의 노동법 개정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어느정도 조성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고 노동생산성 향상과 고용안정 유지에 근로자와 기업인이 함께 노력해주기 바랍니다.
◇기업의 경영혁신노력 지속=개방화·정보화시대에 외국 유수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여 기술개발, 경영혁신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시대의 조류와 향후 대내외경제여건의 변화를 직시하여 바람직한 경영혁신을 해 주어야 합니다.
이제는 한계기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전문화를 기해야 할 것이며 경영의 투명성도 훨씬 높여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정부의 근검절약노력에 발맞추어 기업들도 건전하고 합리적인 소비문화정착에 앞장서 줄 것을 기대합니다.
4.맺음말
이상에서 침체에 빠진 우리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고 「21세기를 지향하는 새로운 경제의 틀」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기업인·근로자의 역할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하루아침에 경제가 좋아지게 할 묘방은 없습니다만, 우리에게는 석유파동 위기 등 몇차례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세계 10위권에 이르는 경제발전을 이룩한 경험이 있으며 아직도 그런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오늘 우리가 어떻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느냐에 있습니다.
이미 다른 나라는 자국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 만큼 우리에게 구조조정은 남들처럼 시간을 두고 추진할 중장기과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착수해야 할 당면과제인 것입니다.
이제 3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2000년 새아침을 어떤 모습으로 맞아야 하는지, 그리고 경제구조전환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 모든 경제주체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때입니다.
앞으로 노·사·정 모두 세계화·정보화·민주화의 진전이라는 환경변화를 직시하고 한배를 탔다는 각오와 자세로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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