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달러 수요를 판별하는 통화스와프(CRS) 금리는 계속 떨어져 1%대까지 밀렸고 단기외화시장인 외환스와프시장에서 스와프포인트(선물환율과 현물환율 간 차이)도 4원대로 하락하는 등 외화자금시장이 혼란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19일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3.4원이나 급등한 1,087.4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9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유럽계 은행의 자금사정이 나빠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재정문제에 이어 은행들의 신용 리스크까지 제기되고 있어 환율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통화스와프시장에서 1년물 CRS 금리는 전일보다 23bp(1bp는 0.01%포인트) 하락한 1.42%까지 떨어졌다. CRS 금리는 달러를 빌리고(borrowing) 원화를 빌려줄 때(lending) 받는 원화 고정금리로 CRS 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원화 이자를 적게 받더라도 달러를 조달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통화스와프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달러경색' 현상이 나타나면서 CRS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CRS 금리는 4월 말 2.49%, 5월 말 2.48%, 6월 말 2.15% 를 나타내는 등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7월 말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반영돼 2.38%로 일시 반등하기도 했지만 이달 들어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유럽 은행에 대한 신용리스크 문제가 불거지면서 1%대까지 밀렸다. 이 같은 달러부족 현상은 3개월물 이내의 단기외화시장인 외환스와프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외환스와프시장에서 스와프포인트는 3개월물의 경우 전일보다 0.45원 떨어진 4.50원을 나타냈다. 스와프포인트는 4월 말 6.50원, 5월 말 6.45원, 6월 말 5.85원 등 하락세를 보이다 7월에는 6.75원까지 반등하기도 했지만 CRS 금리처럼 8월 들어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차이를 의미하는 스와프포인트가 하락한다는 것은 그만큼 달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미국ㆍ유럽 등 해외변수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유럽 은행에 대한 신용경색 문제가 현실화될 경우 CRS 금리와 스와프포인트가 추가로 하락하면서 원ㆍ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유럽계 은행의 유동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원화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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