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요즘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황 사장이 구상 중인 프로젝트는 바로 창업 초기벤처를 육성하기 위한 투자클럽이나 창업투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그는 주변의 벤처 CEO들과 뜻을 모아 내년 상반기 설립을 목표로 사전 정지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황 사장은 투자펀드에 100억원을 출연하겠다는 생각까지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벤처2기 시대를 맞아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이 새싹벤처를 키우겠다고 나서는 '슈퍼앤젤(Super Angel)'이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벤처거품 당시 성행했던 아줌마나 직장인(앤젤)들의'묻지마'식 투자와 달리 전현직 벤처 CEO들이 탄탄한 경영 노하우와 투자경험을 바탕으로 될성부른 벤처를 키우겠다고 나섰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화된 투자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자금투자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성공 노하우를 통해 사실상 멘토를 자임하면서 초기 벤처의 성공을 견인하고 벤처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끌어내 사회 책임경영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3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황 사장 등'1,000억벤처클럽' CEO들은 물론 과거 테터앤컴퍼니(TNC)를 키워 구글에 입성했던 노정석 전 대표, 게임빌 창립 멤버였던 정성은 위버스마인드 사장 등 내로라하는 벤처 스타 CEO들은 최근 잇따라 투자펀드를 만들어 활발한 벤처투자에 나서고 있다. 보다 공개적으로 조직을 만들어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장병규 전 첫눈 사장은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를 설립해 초기벤처에 투자하고 있으며 권도균 전 이니시스 대표도 프라이머투자클럽을 만들어 활발한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3월 모집한 앤젤투자클럽에는 41명의 투자자 가운데 전직 벤처 CEO가 3분의1을 차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000억벤처기업의 모임인 글로벌벤처포럼 의장인 남민우 다산네트워크 사장은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앞서간 중견벤처들이 벤처생태계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기여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라며 "단순한 투자에 그치지 않고 시장개척ㆍ인수합병(M&A) 등 중견벤처의 생생한 노하우까지 전달해 벤처 상생의 성공 모델을 창출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정부도 벤처기업 육성 차원에서 내년부터 모태펀드를 통해 슈퍼앤젤을 지원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운영규모는 모태펀드 90억원을 합쳐 약 150억원 수준이다. 중소기업청의 한 관계자는 "과거 묻지마식 투자는 정서적 거부감이 강할 뿐더러 도덕성에서 문제를 빚기도 했다"며 "성공한 CEO가 앤젤투자 중심에 나서 건전한 벤처생태계를 만들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벤처업계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페이스북이나 징가 등 유명 벤처기업들도 사업 초기 슈퍼앤젤의 투자에 힘입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은 투자변화 바람을 크게 반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슈퍼앤젤은 네트워크를 다양하게 확보한데다 경영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성장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슈퍼앤젤의 등장은 곧 국내 벤처투자 문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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