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발표가 과연 ‘자본의 대거 유출’로 이어질 것인가.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0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자금이탈 가능성도 상존해 있다”고 밝힌 것을 단순히 의례적인 발언으로 치부하기는 지금 전개되는 사태가 너무 엄중하기 때문이다. 국제경제연구원(IIE)의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도 8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한국의 금융시장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한국인 투자자뿐 아니라 외국 투자가들 모두 자본을 해외로 이전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자본의 유출 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분석은 국제신용평가 기관들이 북 핵실험 이후에도 한국경제의 신용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과는 다소 다른 것이다. 핵실험 이후 외국인 투자가들이 대거 주식을 순매수한 것과 비교해봐도 이 같은 우려는 다소 과장됐다는 평을 받을 만하다. 때문에 재경부는 권 부총리의 발언이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미리 예단하지는 않지만 외국인 자금이 한국을 이탈할 수 있다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외국 자본 이탈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지만 사태 진전에 따라 자본유출이 가시화될 수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책임 있는 당국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발언이다. 정부가 외국계 투자가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한 결과 “북한에 대한 미국과 유엔의 제재 수위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가 강할 경우 한국에 대한 투자자금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게 주요 외국계 투자가들의 반응이라는 것. 유엔에서 ▦북한의 모든 경제금융 거래 차단 ▦북한의 모든 교역품에 대한 해상검문 검색 ▦한국ㆍ중국의 대북지원 중단 요구 등 사실상의 전면제재를 취할 경우 외국인 자금이탈이 가시화될 우려가 크다. 외국인들이 또 관심 있게 지켜보는 시그널은 개성공단 문제와 금강산 관광.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외국인들의 시각을 스크린한 결과 “한국 정부가 금강산과 개성을 포기하면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선 것으로 판단, 외국인들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외자의 대거 유출을 속단하기는 어렵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핵실험 발표 당일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충격이 있었으나 점차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재경부는 핵실험 이후 증권투자전용계정의 유출입 동향을 하루하루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 부총리가 재경위에서 자본유출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통계를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자본의 대거 유출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으로 이 지표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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