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원화 강세, 고유가, 북한 핵실험 등 대외변수로 주춤거렸던 우리 경제는 내년에도 이 같은 여러 가지 복병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불안요인은 오히려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선정국과 가계부채, 부동산 불안 가능성, 그리고 미국 경제 둔화 가능성이 추가됐다. 내년 한국 경제는 원화 강세 등 5대 복병 앞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이다. 먼저 대통령선거 등의 정치국면과 가계부채, 부동산시장 불안요소가 강하게 대두하고 있다. 대선이 있는 해는 급조된 경기부양책이 남발돼왔다. 지난 2002년 대선 이전에 실시한 신용카드 사용 촉진과 가계대출 확대 정책 등은 아직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대선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비합리적인 정책들이 나오면 정책 혼선으로 경기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의 57%에 달하는 상황에서 불안양상을 보이는 부동산도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다. 부동산은 급등해도, 급락해도 문제다. 주택가격이 상승할 경우 추격매수가 발생하게 돼 소비위축으로 이어진다. 반면 급락할 경우 부동산발 금융위기가 발생, 국내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외적인 복병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원화 강세와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다. 국내 경제가 여전히 수출주도형 구조임을 감안할 때 미국 경제 경착륙과 원화 강세는 수출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지는 않겠지만 2%대로 성장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세계경제에 무시하기 어려운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세를 찾고 있는 국제유가 역시 안심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원유 도입단가를 배럴당 60달러로 예상했다. 최근의 유가 안정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반등에 대한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수급 불균형,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수요 증가, 중동 정세 불안 등 유가 불안요소가 여전하다”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경제에 긍정의 요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 송 연구위원은 “유가하락은 수입 측면에서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기여할 수 있지만 반대로 수출 측면에서는 선진국 시장의 성장률 둔화를 얘기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북한 핵 위기의 장기화 가능성도 주시해야 한다. 물론 최근 6자 회담 재개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리스크가 완전 해소되는 데는 남은 변수가 너무 많다. 유 상무는 “내년 성장률은 핵 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4.2%로 보고 있다”며 “한반도의 위기상황이 장기화하면 3%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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