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13으로 잇자 엄청나게 커보이던 좌상귀의 백진이 많이 쭈그러든 인상이다. 상대적으로 좌변의 흑진이 드넓어 보인다. 흑13은 가에 먼저 끊는 것도 가능하다. 백이 나로 굴복해 준다면 상당한 이득이다. 그러나 지금은 백이 참고도1의 백2로 반발할 것이다. 백6까지의 바꿔치기인데 흑이 꼭 이득인지는 불확실하다. 장쉬는 좌변을 지키는 것이 더 크다고 보고 실전보의 13으로 자중했다. 흑17은 반상 최대. 백이 20을 게을리하면 흑이 다로 젖히는 수가 있어 우상귀 백진이 많이 줄어든다. 요다는 백20으로 그냥 받아주기가 억울해서인지 백18로 하나 선수활용을 하고 나서 백20을 두었는데…. “그 수순이 요다선생답지 않은 실착이었어요.”(장쉬) 백18로는 참고도2의 백1에 붙이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흑2, 4는 절대수인데 이 수순을 치러두고 실전보의 백20에 받았더라면 여전히 승패불명인 바둑이었다. 이 바둑을 검토하고 있는 필자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본 서봉수9단이 다가와 몇마디 조언을 해주었는데 요다의 백18을 보고 그는 한참을 소리내어 웃었다. “아마추어 같은 구석이 있어.”(서봉수) 백20으로 그냥 받아주기 싫어서 하나 먼저 활용한 것이 실착이 되다니. 아마추어들이 곧잘 빠지는 함정이라는 얘기였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