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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유출 리스크 커지나] 최악상황 오면 세이프가드 발동… 국채물량 조절 카드 동원 시사도

■ 금융당국 대비책은

"한국 여전히 투자 매력… 아직 대책 세울 때 아냐"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은 흔히 현금인출기로 통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악재가 있을 때 한국만큼 자금을 빼가기 쉬운 곳이 없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이 사실상 개방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외국인이 자금을 빼나가는 것을 막을 뾰족한 방책은 없다. 다만 외국인의 이탈로 발생하는 금융시장의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들은 여럿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트라우마의 영향이다. 정부는 유출 방지보다는 현실적으로 핫머니 유입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른바 외국인 채권 과세 등 거시건전성 3종 장치가 대표적이다. 2010~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이런 장치들은 빛을 발했다.

금융당국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최악의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조치에 힘을 쏟아왔다. 충분한 보유외환과 낮은 단기외채 비중, 안정된 국가채무 등 대외 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게 그러한 노력의 결과다.

미국을 방문 중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유출에 대비해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완화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탄탄한 만큼 급격한 자본유출은 겪지 않겠지만 '만사불여(萬事不如) 튼튼' 차원에서 살펴보겠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대외 건전성 지표는 정부가 내년쯤 미국이 출구전략을 가동(금리인상)해도 한국에서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이머징마켓 가운데 한국만큼 투자안정성이 보장된 국가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한국이 매력적인 것은 분명 사실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정국장은 "달러가 강세라고 하지만 다른 통화와 비교하면 원화도 강세"라며 "환율 차이, 대내외 금리차에 따른 자금이탈 가능성 높지 않아 아직은 대책을 세울 시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만일에 대비한 비상대책은 마련해놓고 있다. 외국환거래법 등에 근거한 '컨틴전시 플랜'이다. 현행 외국환거래법 제6조, 일명 '세이프가드' 조항에 따라 기재부 장관은 천재지변, 전시, 사변, 국내외 경제 사정의 중대하고도 급격한 변동이 발생할 경우에는 대통령령에 따라 직접 외국환 거래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 또 국제수지 및 국제금융상 심각한 어려움에 처하거나 처할 우려가 있는 경우,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자본이동으로 통화·환율 및 그 밖의 거시경제정책을 수행하는 데 심각한 지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는 경우 외화를 한국은행과 정부기관 등에 보관·예치 또는 강제 매각하도록 할 수도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세이프가드는 외환위기 때도 발동되지 않은 상징적인 조치"라며 "이런 일이 실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돼 자본유출이 본격화하면 동원할 현실적 카드들도 더러 있다. 국채시장에서 대규모 자본유출이 이뤄진다면 월별 발행물량을 일시적으로 줄이거나 단기물을 늘리고 장기물을 줄이는 등의 방안도 언제든 동원 가능한 수단이다. 좀 더 심각해지면 거시건전성 3종 세트의 규제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 예컨대 선물환 포지션을 더 축소하면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2012년 외환당국이 유력하게 검토했던 '토빈세(외환거래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본격화할 수 있다.

최 경제부총리가 거시건전성 3종 세트의 완화 방침을 밝힌 것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본 유출입 환경도 제도를 도입한 4년 전과 달라진 만큼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자본 유출입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다만 향후 외국인 자금이탈 등을 고려해 거시건전성 3종 세트의 관리 강도나 방향을 재점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 경제부총리가 자본유입의 역방향 교란 가능성을 지목하면서 보완할 점이 있는지 보겠다고 밝힌 만큼 기존 3종 세트의 완화를 넘어 해외자본의 관리 방향 자체를 유입에서 유출에 방점을 찍는 새로운 대책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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