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제2롯데월드 저층부 개장과 관련해 고민 끝에 프리오픈(pre-open)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임시개장에 앞서 시민들이 내부를 둘러보게 함으로써 안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실제 영업활동이 없는 내부 공개가 과연 안전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도시 구조물의 안전성 여부는 행정기관이 판단해야 할 고유의 역할임에도 여론을 의식해 시민들에게 판단에 대한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의 이 같은 의사결정에 그동안 개장을 학수고대했던 롯데그룹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프리오픈 실효 있나=진희선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이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프리오픈을 해서 10일간 보는 것"이라며 "이와 별도로 서울시는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을 점검할 것"이라고 프리오픈의 취지를 설명했다. 공간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실제 수준의 종합방재훈련과 교통대책 모의시행(simulation)을 통해 안전에 대한 우려를 최대한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다만 프리오픈 기간 중 내부를 찾는 이용객과 실제 영업이 이뤄질 때 제2롯데월드 저층부를 찾는 예상인원 간의 격차가 커 훈련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 저층부 개장시 하루에 약 20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프리오픈 기간에는 하루 평균 400여명이 제2롯데월드 저층부를 찾게 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용객이 없는 상황에서 화재·테러 방재훈련이 실제와 같이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주차장 이용·관리 등도 실제 대책 마련보다는 시스템 작동 여부를 보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에 행정 판단 미뤄=서울시는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을 확신하고 있다. 서울시 교통 관계자는 "롯데 측이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허가를 신청한 후 지금까지 현장의 모든 곳을 살펴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내린 결론은 안전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그럼에도 승인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시민들의 우려 때문이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승인을 강행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여론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만약 정말 안전하지 못하다면 당연히 승인을 허가하지 않아야 하지만 전문가도 서울시도 안전하다고 보면서도 이를 승인하지 않은 것은 행정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비합리적인 행정에는 당연히 피해를 보는 이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개장 준비하던 롯데는 한숨=롯데는 이번 결정을 두고 "서울시의 결정에 따라 프리오픈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적한 82개 보완과제를 모두 이행하고 수백억원대의 공사비가 추가로 들어가는 교통대책 등을 마련했음에도 승인이 미뤄진 만큼 롯데 측은 허탈한 분위기다.
실제 서울시가 프리오픈 기간에 실시하겠다고 한 소방방재훈련과 교통대책 점검은 이미 지난 7~8월 수차례에 걸쳐 실시했으며 이미 서울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특히 롯데 측은 애초 6월9일 제2롯데월드 임시사용승인 신청을 제출하면서 개장 시기를 이르면 7월께로 예상했던 만큼 서울시의 이번 결정으로 개장준비비용은 더욱 커지게 됐다. 롯데 측은 "지금까지 수백명이 내부를 견학한 만큼 프리오픈 자체를 진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며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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