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실속'이다. 경기침체의 그늘이 길게 드리워졌던 1년 내내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세일이 이어졌고 할인특판 매장에는 한푼이라도 싸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로 붐볐다. 하반기 이후 경제 상황이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바닥을 겨우 벗어나고 있는 수준이다. 지난 10월 대형마트들의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5개월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본격적인 소비심리 회복을 언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마트에는 여전히 초저가 상품들이 매대 전면에 자리잡고 있으며, 연중 정기세일을 모두 마친 백화점들도 연말 송년세일에 다시 돌입했다. 싼 가격이 여전히 소비자 상품선택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소득감소는 과거에 가격이 비싸더라도 구매했던 상품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소비자들이 무조건 싸고 부담이 없는 제품만을 고르는 전형적인 불황기 소비현상은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반면 가격과 품질을 모두 따지는 실속파들이 소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구매력 감소로 무조건 소비를 줄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백화점의 명품 매출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웰빙제품 판매가 오히려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불황기에 브랜드간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경우 과감히 싼 제품을 고르는 이른바 '트레이딩다운(Trading down)'현상도 나타나지만, 이와 반대로 자기만족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사용기간이 길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제품은 자기 소득수준을 감안해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프리미엄'제품을 사려는 '트레이딩업(Trading up)'현상도 동시에 일어난다고 분석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본격적인 소비심리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기만족을 극대화하는 가치소비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합리적ㆍ가치 소비가 증가할수록 브랜드 선택기준도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고 브랜드 신뢰를 쌓은 제품으로만 소비자들의 선택이 집중되는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경제가 선정한 올해 '베스트히트상품'들은 소비자들의 높은 신뢰를 받고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가치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TV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굳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냉장고, 에어컨, 김치냉장고 등 가전과 휴대폰, 노트북 등 IT(정보기술)제품들은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다, 실속 있고 다양한 기능을 갖춰 히트 대열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GM대우 등 국내 대표 자동차업체들은 글로벌 자동차산업 침체속에서 오히려 빛을 발하고 있다. 신차와 서비스경쟁이 소비자만족도를 끌어올리면서 다양한 차종들이 히트를 쳤다. KT는 유무선통합서비스로 이동통신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불경기 속에서도 올림푸스는 디지털카메라로 다양한 연령층의 선택을 받았다. 웅진코웨이, 청호나이스 등의 공기청정기·연수기 제품들도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는 서비스와 기능으로 판매가 늘었다. 식음료는 불황을 크게 타지 않지만 경기침체 영향은 컸다. 롯데제과, 대상, 동원F&B, ,한 국야쿠르트, 매일유업, 광동제약 등 오랫동안 소비자들 입맛을 사로잡은 장수 브랜드 제품들이 올해도 꾸준히 주목을 받았다. 양주시장 침체 등 주류 시장도 경기 영향을 받았지만 롯데칠성음료, 롯데주류BG, 오비맥주, 국순당, 페르노리카코리아 등의 신제품들은 히트제품군에 이름을 올렸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 등 화장품·생활용품들도 불황기에 오히려 차별화되는 브랜드로 인기를 누렸다. 금융상품도 소비자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상품이 히트상품군에 올랐다. KB국민은행, 삼성생명, NH생명, ING생명, 토마토저축은행,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권 상품들은 막연한 고수익이나 보장을 강조하기 보다 안정적 수익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소비자 신뢰를 높였다.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하나대투증권의 금융상품들도 저금리 기조속에서 안정적 투자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인기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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