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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중매를 피우려면/심대평 충남도지사(로터리)
입력1997-12-26 00:00:00
수정
1997.12.26 00:00:00
심대평 기자
또 저무는 한해의 지평선에 서 본다.옛 사람들이 일촌광음이라 했듯이 매년 이맘때면 지나온 일들을 생각하며 새삼 세월의 빠름을 느끼게 된다.
개인은 물론 기관·단체마다 연말결산과 새해준비로 정신없이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하게 마련이다.
신년에 대한 기대와 포부 또한 자못 크다고 할 것이다.
30년만에 부활됐던 지방자치가 질높은 행정서비스 제공과 지방의 논리에 맞는 정책개발로 나름대로의 성과를 가져왔다.
특히 경제위기가 국가 전체를 위협하고 있는 요즘, 국가와 사회의 혼란을 줄이는 완충장치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도 하다.
지방정부가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습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지방자치제 운영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지원과 협조 없이는 지방정부가 제기능을 발휘하기 곤란한 점이나 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시책을 개발해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은 아직도 지방자치제가 불완전함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지난 95년 7월1일 출범한 민선 제1기도 마무리시점에 접어들고 있다. 또 다른 시작을 알리고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끊임없이 돌아간다는 사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다가오는 새해에는 국가나 자치단체 모두가 역사의 한페이지를 다시 쓰게 된다. 새정부의 탄생에 이어 민선 2기가 새롭게 출범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눈속에 피어나는 꽃을 설중매라 이른다. 설중매는 한겨울 추운날에 꽃을 피우지만 봄소식을 알린다는 뜻으로 일지춘이라고도 한다.
경제위기와 더불어 국제통화기금(IMF)한파가 시골구석까지 세차게 불어오고 있지만 봄날을 위해 한송이 꽃을 피우는 설중매가 그립다.
조선조 세종때 맹신 강희안이 지은 「양화소록」에 매화의 등걸에 새봄이 오니 맑은 향기 산가에 넘쳐 흐른다는 시구가 담겨 있다.
유난히도 춥게 느껴지는 이 겨울날, 새봄을 찾고 매화의 맑은 향기를 피우기 위해 모진 눈보라에서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지난 70년대 세계적인 경제기적을 일으켰던 근면·성실함이 있다. 이번 경제위기를 통해 뼈저리게 느낀 소중한 경험도 있다. 위기는 또다른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고통이요, 시작이다.
이제 신정부에 기대해보자.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이른 시일 내에 제자리로 올려놓는 국가지도자를 대망하며 국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음을 다시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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