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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처밸리] 빌게이츠의 '빗나간 약속'
입력2000-11-23 00:00:00
수정
2000.11.23 00:00:00
한기석 기자
[밴처밸리] 빌게이츠의 '빗나간 약속'
최근 가을 컴덱스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렸다. 개최를 알리는 첫 기조연설 인사는 역시 세계 최고의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었다.
빌 게이츠 회장의 연설은 참 멋있었다. 단 한번의 멈칫거림도 없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Where To From Here)을 제시하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가야 할 길이 너무 멀어서일까 그의 연설은 어느덧 약속 시간을 훨씬 넘기고 있었다. 당초 저녁 7시에서 8시까지 예정돼있던 연설은 결국 8시 40분이 돼서야 끝났다.
사람들은 누구도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그 조심스러운 순간에 바스락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는 없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이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포장을 열어보면 실상 그의 연설은 침 튀겨가며 물건 좋다고 얘기하는 장사꾼의 목소리였다.
그가 얘기한 닷넷도 따져보면 모든 컴퓨터 이용자가 자기네 제품을 써야 이뤄지는 세상이었다. 멋진 제스춰로 벌인 시연회도 자기네 윈도2000의 사용법에 대한 설명이었다. 1시간 40분 내내 장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옆에 있던 모 대기업의 임원은 "마이크로소프트도 이제 기우는 것같다" 말했다. "장사를 위해 의도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아야 할 만큼 기업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주위의 외국인들도 말은 못하지만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연설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로 전화를 하며 "I'm Sorry"를 반복하고 있었다.
기업의 가장 큰 목표는 이윤 추구다. 언제 어디서건 물건은 팔아야 되고 이문은 남겨야 된다. 하지만 기업도 이 세상에서 남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같이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윤리는 필요하다. 최소한의 윤리는 약속을 지키는 게 아닐까.
/한기석기자 hanks@sed.co.kr입력시간 2000/11/2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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