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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티븐 브라운 주한 영국대사
입력1999-04-05 00:00:00
수정
1999.04.05 00:00:00
대담: 林鍾乾편집국차장 IMJK@SED.CO.KR오는 19일로 예정된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첫 방한은 여느 국빈의 방한에서 볼수없이 오기도 전부터 화제의 연속이다.
여왕이 1년에 한나라 뿐인 해외방문국을 한국으로 선정한 것도 그러려니와 한국내 방문지를 한국적 전통이 살아있는 안동 하회마을로 했을때 이미 국내외 언론의 포커스는 예약됐었다.
여왕의 여행은 문화여행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영국의 주요기업인 10여명이 수행하며, 여왕 스스로 국내 주요기업인을 면담하고, 기업체도 방문하는등 「로열 세일즈」의 면모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여왕의 예사롭지않은 방한을 앞두고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쁜 사람이 스티븐 브라운 주한 영국대사. 그는『여왕의 방문으로 한국의 역사, 문화, 산업 전반이 영국뿐 아니라 세계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그것은 한국이 국제신용평가기관으로 부터 점수를 몇점 얻는 것 보다 신인도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대사를 만나 여왕의 방한 의의와 준비상황등을 들어봤다.
-마침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방한일이 한국에서는 4.19의거 날 입니다. 한국인에게 올해 4.19는 여왕의 방한으로 인해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세계에 널리 알릴수 있는 뜻깊은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여왕의 방한의의부터 말씀해 주시지요.
▲여왕의 방한은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현명하게 극복해 국제적인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져 한국의 대외신인도 제고에 상승효과를 거둘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영 양국간의 관계증진과 협력촉진에도 획기적인(LANDMARK)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왕의 방한은 지난해 영국에서 열렸던 아시아·유럽회의(ASEM) 정상회담에 참가했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그 이전에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두번씩이나 방한 초청을 했었습니다.
여왕의 방한 자체가 한·영관계의 중요성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양국간의 관계는 상당한 발전을 이룩했으며 교류도 교역, 교육, 문화 등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살고있는 한국인들과 한국내의 영국 국민 모두가 이같은 양국간 관계증진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여왕이 한국을 방문하게된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까. 평소 여왕이 가지고 있는 한국관은 어떻습니까.
▲여왕의 외국방문은 철저한 왕실규정에 의해 정해집니다. 1년에 2개국 방문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영연방(英聯邦) 국가에서 1개국, 비 영연방국가중 1개국이 방문국으로 선택됩니다. 결국 한국은 여왕이 올해 방문하는 유일한 비 영연방 국가가 되는 셈입니다. 여왕은 총리와 외무장관으로부터 브리핑을 듣는등 여러가지 통로를 통해 한국에 대한 정보를 받고 있습니다. 여왕은 한국을 「성공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영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공장 기공식 등에도 여러번 참석해 한국 기업의 우수성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내 방문지가 안동으로 선정된 과정은 어떻습니까.
▲안동이 선택된 것과 관련해 말이 많은데 그동안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다릅니다. 여왕께서는 항상 외국을 방문할 때 그 나라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전통문화의 현장을 보고싶어 하십니다. 대사관에서는 여왕 방문 후보지역으로 경주, 부산, 강화도 등을 추천했습니다. 그중 안동이 서원이나 하회탈 같은 한국의 유교전통 및 서민문화를 가장 잘 담고 있다는 판단에따라 선택된 것입니다. 누가 추천했다하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여왕은 안동에서 봉정사와 농산물 도매시장을 방문하고, 생일과 즉위일 논쟁이 있었으나 한국식 생일상도 받을 예정입니다.
-여왕 방한은 세계적인 뉴스가 될 것 같습니다. 언론의 취재경쟁도 치열할 전망인데 취재를 신청한 언론사가 얼마나 됩니까.
▲한국과 영국 외에도 세계 각국 언론이 지대한 관심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규모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지만 여왕의 방한이 세계적 뉴스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여왕의 방한이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몇점 올린 것 이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던데요.
▲여왕 방한은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여왕의 눈을 통해 한국의 산업 경쟁력은 물론 높은 문화수준을 세계로 전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경제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여왕 방한을 계기로 한·영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방안을 가지고 계십니까.
▲지난해 한국이 외환·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영국은 12억5,000만달러를 제공했으며 한국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상환기간을 연장하거나 추가 대출을 해줬습니다. 그리고 기업 구조조정이나 민영화와 관련, 영국 전문가들이 자문을 해주고 있습니다. 오는 초여름께로 예정된 양국간 경제회의가 협력관계를 더욱 깊게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영국기업의 한국 진출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98년 이후 영국기업의 대한(對韓) 투자금액은 20억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중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9억달러, 브리티시 텔레콤(BT)이 4억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여왕의 부군인 필립공은 방한 도중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 LG 우면 연구단지, 현대 우주항공 등을 방문하고 여왕은 20일 대기업 총수들과의 면담을 갖습니다. 한국기업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영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전자, 멀티미디어, 통신, 생명공학분야에서 양국간 연구개발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도 있습니다만 대사의 견해는 어떠신지요. 그리고 한국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 해야할 중요한 일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의 외환위기가 끝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거시 경제지표를 안정시키려는 金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환자에 비유한다면 출혈이 멎은 상태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최악의 상황은 벗었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고 봅니다. IMF체제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습니다. 서둘거나 자만하지 말고 하나씩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경제구조개혁 부문에서도 아직도 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구조개혁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영국 역시 80년대에 한국과 유사한 위기를 겪었습니다. 극복과정은 매우 고통스런 것이었습니다. 한국경제도 그런 고통을 이겨내야 더욱 효율적이고, 경쟁력있게 변신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과 관련해서 개선해야될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슈로더, 쟈딘 플레밍, 라자드 브라더스 같은 영국계 투자은행들이 한국기업들의 구조조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기업, 특히 재벌은 한 그룹에 너무나 많은 부문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세계적 기업이 되려면 경쟁력있는 부문을 특화해 핵심산업(CORE BUSINESS)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한국정부도 과거 영국정부가 취했던 공기업 민영화 등 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교훈으로 삼으면 좋을 것입니다. 물론 영국내에서도 대처식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많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기업들 역시 이러한 외국의 경험을 잘 살릴 경우 경제위기 전에 보여줬던 강한 힘을 다시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한국기업들이 보여줬던 난관 극복의 의지가 다시 발휘되길 기대합니다.
-최근 유럽연합과 한국간에 무역갈등이 생겨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영국과 한국간에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부분과 해결방안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요.
▲한국은 지난해 무역과 외국인 투자 부문에 대해 적극적인 시장개방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과 한국이 풀어야할 통상문제가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스카치 위스키에 대한 차별 관세로 한국시장에서 위스키 소비가 저조한 상황입니다. 이 문제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권고한대로 한국정부가 이행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법률서비스 분야의 자유화와 영국산 의약품에 대한 차별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규제 관행을 철폐해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한국 통신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한도도 대폭 확대해주길 원하고 있습니다.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 가입에 대한 영국의 입장을 두고 여러가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의 유로랜드 가입 스케쥴과 유로의 미래는 어떻게 보십니까.
▲유로화 1차 사용국은 11개국에 달합니다. 영국 역시 유로 가입에 대해 여러가지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건상 올해초 1차 유로 가입국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유로 가입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교역 등은 큰 어려움 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미 영국의 모든 금융기관들이 유로를 취급하고 있고 기업들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순차적으로 유로 가입에 나설 예정입니다. 유로 가입을 원하는 여론이 높아질 경우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들의 의사를 타진한 후 의회에서 가입안 통과과정을 거칠 것입니다. 거기까지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정리=최인철 기자 MICHEL@SED.CO.KR 사진=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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