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발전사 통합 등 재정·지경부와 잇단 마찰속<br> KDI '전력산업구조개편'서 한전 주장은 철저히 묵살돼<br>"정부가 한방 날려" 소문도
 | 김쌍수(오른쪽 두번째) 한국전력 사장이 기장 전력소를 순시하고 있다. 공기업 개혁의 선두주자였던 '쌍칼' 김사장은 이번'전력산업 구조개편' 논란을 계기로 그 기세가 다소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전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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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김쌍수식 개혁' 제동 걸리나
임금피크제·발전사 통합 등 재정·지경부와 잇단 마찰속 KDI '전력산업구조개편'서 한전 주장은 철저히 묵살돼"정부가 한방 날려" 소문도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김쌍수(오른쪽 두번째) 한국전력 사장이 기장 전력소를 순시하고 있다. 공기업 개혁의 선두주자였던 '쌍칼' 김사장은 이번'전력산업 구조개편' 논란을 계기로 그 기세가 다소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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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한국전력 본사에서 열린 경영간부회의. 지난주 금요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용역보고서가 공개되고 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났음에도 김쌍수 한전 사장은 이와 관련한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한전 관계자들 역시 연구원에서 내놓은 자료일 뿐이라며 공식 입장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고서 내용에 대한 코멘트를 피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그간 김 사장이 주장했던 대통합과 방향이 전혀 다른 경쟁ㆍ효율을 강조한 KDI의 보고서는 김 사장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 발전사 통합 문제 등에서 지나치게 정부와 대립각을 내세운 그에 대한 칼날이라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 결과는 그간 거칠 것 없이 진행됐던 김쌍수식 개혁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질풍노도의 개혁 선봉에=한전은 지난해 약 5,700억원의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최근 기획재정부의 96개 공공기관 평가에서 유일하게 최고점인 S등급을 받았다. 기관장 평가에서 김 사장은 '우수' 등급을 받아 다른 4명의 기관장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이러한 평가는 2008년 11월 취임한 후 김 사장이 비리척결ㆍ인사혁신 등 한전 개혁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그는 공개경쟁 보직제도, 성과연동 연봉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내부 조직문화 개편에 앞장섰다.
자회사 통합을 위해 하나의 한전(One Kepco)이라는 기조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력기술은 KOPEC에서 KEPCO E&C로 영문 사명을 변경했고 한전KDNㆍ한전KPSㆍ한전원자력원료 등 발전사를 제외한 다른 자회사들은 모두 영문 명칭을 KEPCO로 변경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내부 인사ㆍ조직 개편에만 치중했을 뿐 큰 틀에서의 공기업 개혁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끊이지 않는 정부와의 마찰=빈틈없고 명확한 일 처리로 별명이 '쌍칼'인 김 사장은 혁신 과정에서 정부와 하나둘 충돌하기 시작했다. 정년을 만 58세에서 60세로 늘리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재정부와,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지식경제부와 각각 갈등을 빚었다. 실제 윤증현 재정부 장관과 최경환 지경부 장관 등이 김 사장을 직접 만나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는 이야기도 들릴 정도다.
특히 LG출신의 이윤호 전 지경부 장관이 물러나고 최 장관이 취임한 후 김 사장의 활동에 서서히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업계의 뒷이야기이다.
결국 한전은 정년은 연장하되 비용은 늘리지 않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또 한전 사장이 자회사 사장의 연간 성과급을 최고 30%까지 결정한다는 내용의 경영계약을 추진했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김 사장은 7일에는 한전 본사에서 6개 발전자회사 사장단 긴급회의를 소집해 "구조개편 문제는 정부 결정 사항이니 언급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앞으로의 험로를 예견하는 듯한 태도인 것이다.
◇한전 주장 철저히 묵살돼=이러한 과정 속에 KDI가 9일 발표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보고서는 한전이 주장해온 내용과 철저히 정반대인 결과가 나왔다. 업계와 언론 모두 다소 의외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한 까닭에 정부가 너무 커져버린 김 사장에게 직접적인 '한방'을 날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사장은 대량구매시 할인효과가 크다는 통합구매 방식의 효율성을 강조하며 발전자회사들의 재통합 당위성을 내세웠다. 그렇지만 KDI는 통합구매 효과는 유의미한 규모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초안을 수정, 개별구매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발전경쟁 확대, 판매경쟁 도입 외에도 화력발전 5개사에 대해 독립공기업으로 전환하거나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발전자회사들이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지금까지 한전 사장이 경영평가를 해온 것에서 재정부로부터 평가를 받는 것으로 바뀌게 돼 한전 사장의 위상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통합 가능성 열어놓은 것은 일종의 소득(?)=한편 KDI 용역 결과가 한전에 일말의 소득도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KDI가 한전 측의 주장에 매달리다 보니 큰 틀에서 연구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민영화는 없다고 못을 박기는 했지만 한국수력원자력 지위에 대해 한전ㆍ한수원 통합 혹은 자회사 체제 유지라는 대안이나 화력발전사 규모를 3사 체제 전환 혹은 5사 체제 유지로 대안을 내놓은 것은 냉철히 들여다보면 초기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와 비교해볼 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뒤로 물러난 것이다.
실제 일부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원전 수출 업무를 담당하는 한수원을 독립시켜 상장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KEPCO(한전)가 원전 사업의 '얼굴마담'역할을 하는 것은 KEPCO여서가 아니라 한국의 공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므로 한수원도 충분히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논리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완전히 빼앗길 수도 있었던 것에 대해 추가 논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점은 한전에도 소득"이라며 "분명한 것은 KDI의 연구 결과가 모두에게 불만족스럽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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