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허리를 삐끗했었는데 그 때 생긴 나쁜 피를 제대로 뽑지 못해 아픈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피를 뽑아달라는 말을 환자들로부터 듣곤 한다. 그러나 통증이나 병의 원인이 피를 뽑지 않아서라기보다 2차적인 근육 인대, 경락의 소통치료를 하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본다. 부항단지에 불을 넣어 고름이나 독혈을 뽑아내는 부항요법은 출혈 유무에 따라 건식부항과 습식부항으로 나뉜다. 건식부항은 통증 부위를 정확히 판단하는 방법으로 주로 이용하며 통증완화 효과도 있다. 하지만 피부가 손상될 정도의 건식부항은 치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습식부항은 비정상적인 출혈이 발생한 어혈로 인한 질환 치료에 주로 사용한다. 발목을 삐었을 경우 빨갛게 부어 오르거나, 통증이 낮보다 밤에 심해질 때 주로 어혈이 있는 상태로 판단하며 습식부항을 시술한다. 습식부항은 보다 빠른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늘어났던 근육과 인대의 2차적인 침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습식부항을 해서 피를 뽑지 않는다 해도 우리 몸은 혈액 속의 파괴세포가 스스로 어혈을 없애 멍을 만든다. 이를 한방에서는 파혈(破血), 활혈(活血) 작용이라 한다. 따라서 멍이 잘 들고 있을 때에는 굳이 습식부항을 할 필요가 없다. 부기나 통증을 완화시키면서 동시에 늘어난 근육과 인대를 침으로 치료한다. 통증 감소만을 병의 척도로 생각해 치료하지 않으면 늘어난 상태가 지속돼 힘이 약해질 수 있다. 이런 원인으로 다친 부위가 재발하는 것이지 습식부항을 여러 번 하지 않아 나쁜 피가 남아서가 아니다. 척추질환에도 부항이 통증의 완화에 많은 역할을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잠시의 통증 완화를 병이 치료된 것으로 착각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또한 등과 허리에 벌집과도 같은 습식부항의 흔적은 감염 우려가 있고, 경혈을 비정상적으로 자극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피부 손상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습식부항의 시원함은 상처 치유를 위한 혈액의 집중 효과로 얻어지는 반응이므로 전문가의 정확한 판단 아래 행해져야 한다. 자가요법으로 부항을 할 때는 습식부항이 아닌 건식부항을 5~10분 이내로 사용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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