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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씨 타계] 1. 타계의미

한국경제 개발1세대 역사속으로정주영 현대 창업자의 타계는 한사람의 죽음을 초월한다. 한국경제의 고속성장을 이끈 '개발 1세대'가 사실상 끝났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일제와 전쟁이 할퀴고 간 황폐한 땅에서 '하면 된다'는 정신만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던 세대'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는 것. 물론 정 회장이 90년대 중반 이후 경영에서 손을 떼기 시작해 몇해 전부터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 그의 타계가 현대나 우리 경제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 현대는 정몽구(MK) 회장이 이끄는 자동차그룹이 본가에서 떨어져 나온 상태이며, 올해안에 정몽준(MJ) 고문의 중공업 소그룹도 분리를 끝냈다. 건설과 전자 등 일부 정몽헌(MH) 회장의 계열사가 단기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3형제 3분구도'가 확고하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이 현대그룹의 정신적인 지주역할을 해 왔으며 경제인의 상징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죽음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우선 현대는 '창업자가 없는 시기'를 맞게됐다. '정신적 지주'는 사라졌다. 따라서 지금까지 키워오고 지켜오던 '현대정신'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아직도 많은 현대인들이 "해 보기나 했어"로 대변되는 '현대정신'을 믿고있다. 90년대 후반 이후 정 회장의 권위가 그 이전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회장중의 회장'이란 뜻에서 '왕 회장'으로 통하던 '정주영 카리스마'는 현대 곳곳에 남아 있다. MK, MH, MJ 모두 왕회장의 그늘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는 현대 소그룹의 앞날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의 죽음은 분할그룹간의 관계 설정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게 확실하다. 현대는 그룹체제가 무너지면서 예전 같지는 않지만 정주영(현대)이라는 큰 우산을 벗어나지 않고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서로의 관계가 소원해 지면서 지금보다 더 느슨한 체제가 될 것이다. 그룹 시너지 효과는 더 이상 없다고 보면 된다. 정 회장의 타계로 큰 차질이 예상되는 것은 대북사업. 남북한 정부를 잇는 창구역할을 현대에서 맡아 왔으며 정 회장은 그 정점에 있었다. 이 사업에 그는 말년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소떼 500마리를 몰고 판문점을 넘던 모습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손을 잡고 만세를 부르는 듯 한 장면은 앞으로 수십년이 지나도 국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 금강산 관광사업으로 40만명이 북한 땅을 밟아 볼 수 있었던 것도 그의 통일에 대한 노력의 결과다. 정부는 남북한 경협에서 현대를 앞세워 왔다. 현대는 북한에 돈을 쏟아부었다. 최근 현대의 유동성 위기도 대북사업과 무관치 않다. 이제 남북화해 분위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가장 큰 통로가 끊어졌다. 정부는 현대를 대신할 다른 기업을 찾던가 아니면 직접 전면에 나서야 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정 회장이 뿌린 통일의 밀알이 더 많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데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국가경제 여건에다 야당과 보수층의 반발, 남북관계의 특수성 등을 감안할 때 정부가 대북경협을 주도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다른 기업을 내세우는 것도 쉽지않다. '밑빠진 독'인 대북사업에서 현대처럼 총대를 멘다는게 쉬운일은 아니기 때문. 따라서 앞으로는 특정기업보다 여러기업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어떤 형태로 가든 정 회장 시절 보다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그의 타계는 무엇보다 맨손으로 성공을 이룬 신화의 주인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정주영은 대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어했던 기업인이다.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준 기업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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