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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문화를 바꾸자] `버려진 양심' 연 1만여톤 곳곳 몸살

현재 우리나라의 도로 총연장은 8만5,000㎞에 이른다. 65년 2만8,144㎞에 불과하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증가율은 도로증가율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89년 200만여대에 불과했던 차량이 10년만에 1,051만대로 5배이상 늘었다. 이에따라 도로는 어느 곳이나 안막히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로인해 연간 물류비용이 64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6.3%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는 곧 제품의 원가부담을 늘려 기업 및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이같은 현상은 우리의 잘못된 도로문화의 탓도 크다. 제한된 도로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도로문화의 정착이 필요한데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않다. 지난 주말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만남의 광장.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에 아침부터 몰려드는 차량으로 휴게소 주차장은 빈 곳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몰려드는 차량만큼이나 어지럽게 쌓여가는 쓰레기로 만남의 광장은 이내 「쓰레기들의 만남의 광장」으로 변해간다. 주차장 곳곳에 찌그러진채 뒹굴고 있는 빈캔과 휴지, 담배꽁초들. 휴게소 매점내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용객들이 먹고 버린 음식물 찌꺼기가 이리저리 바닥에 뒹굴고 있고 치우지 않고 뒹굴고 있다. 화장실 역시 마찬가지다. 입구와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휴게소 곳곳에 고철·캔, 병, 플라스틱, 폐지 등을 모으는 재활용품 수거함이 설치돼 있지만 수거함마다 온갖 쓰레기가 볼썽사납게 뒤섞여 있다. 하지만 휴게소 쓰레기는 고속도로 전체에 버려지는 쓰레기중 빙산의 일각이다. 매년 10톤 트럭 1,000대분에 해당하는 1만여톤의 쓰레기가 고속도로 곳곳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설·추석연휴나 행락철이면 고속도로는 어김없이 쓰레기 몸살을 앓는다. ◇고속도로는 거대한 쓰레기장=지난해 고속도로에 버려진 쓰레기 총량은 8,676톤. 95년 1만3,089톤, 96년 1만5,209톤을 정점으로 97년 1만4,274톤을 기록하는 등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분리수거 등의 영향으로 쓰레기 처리비용은 오히려 급격히 늘고 있다. 95년 4억7,600여만원에 불과하던 것이 96년 9억3,860만원  97년 12억1,330만원으로 급격히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고속도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무려 16억9,680만원이 들었다. 쓰레기의 종류도 작게는 담배꽁초에서 폐타이어·폐자동차 등 다양하다. 특히 쓰레기종량제가 실시된 후에는 집안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차에 싣고와 몰래 버리고 가는 「얌체족」까지 늘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것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며 『심지어는 냉장고, 소파 등을 도로변에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화물차량에서 떨어지는 쓰레기는 단순한 쓰레기 투기차원을 넘어서 사고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짐을 잔뜩 실은 화물차가 제대로 덮개를 덮지 안고 달려 여기서 떨어지는 쓰레기가 뒤따라 달려오는 차의 안전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왜 쓰레기가 버려지나=가장 큰 문제는 쓰레기 단속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고속도로 쓰레기 단속권한은 경찰과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청장(또는 지방환경관리청장)에게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도로유지관리업무를 수행하기에도 인원이 모라자라는 실정인데다 단속을 할만한 법적 권한도 없다. 하지만 똑같은 쓰레기 투기에 대해 경찰과 환경부는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경찰의 「도로교통법」은 쓰레기 투기에 대해 범칙금 3만원만 부과하지만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은 30배가 넘는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똑같은 쓰레기 투기에 대해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일원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더욱이 경찰이나 환경관리청 모두 턱없이 부족한 단속인력으로 효율적인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떤 대책이 있나=가장 시급한 것은 보다 효율적인 단속 대책을 마련하는 것. 도로공사측은 2000년부터 쓰레기 수거에 공익요원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인력을 무조건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고속도로 곳곳에 무인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화물차량에서 떨어지는 쓰레기등을 막기 위해 선진국처럼 화물차량에 덮개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톨게이트에서 발급되는 영수증을 안받는 것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개방식 톨게이트에서 발급되는 영수증에 드는 비용은 한해 15억원. 하지만 이중 차량이용자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모두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차량 통행량이 자동 체크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도로공사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식의 전환이다. 차량운전자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면 단속강화나 인력충원의 필요성도 없어지기 때문이다.【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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