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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살 길 '상인대학'서 찾는다

['골목 상권' SSM 가맹점체제 도입 논의]<br>매장 디스플레이부터 친절서비스까지 배워<br>2006년 시작 146곳서 졸업생 1만여명 배출

정부 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인대학이 재래시장의 경쟁력 향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사진은 대전 중앙시장 상인대학의 수업모습. 사진제공= 중소기업청

"어서오세요 손님" 지난 31일 오후에 기자가 찾은 서울 강서구 발산동의 송화 골목시장. 더운 날씨에도 우렁찬 인사와 함께 손님을 맞는 시장 상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부추를 살펴보다 그냥 발걸음을 옮기는 손님에게 미소지으며 '한번 둘러보고 다시 오시라'는 인사를 던지기도 했다. 상점의 물건들도 하얀 기준선 안에서 정갈하게 정리돼 대형마트의 진열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을 보러 온 주부 이연숙(35)씨는 "가격이 싼 것은 둘째치고 친절한 상인들 때문에 시장을 찾는다"며 "근처에 대형 마트들이 있지만 굳이 갈 생각을 안 한다"고 전했다. 현재 송화시장은 서울시와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선정하는 우수 재래시장에 2006년과 2008년 2차례 연속으로 뽑히는 등 대표적인 재래시장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시장의 성공에는 2007년 참여했던 상인대학의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상인대학은 2006년 처음 시작된 이래 지난해까지 전국 146곳 1만5,971명의 상인을 교육한 대표적인 재래시장 지원 제도다. 매년 초 상인회의 신청을 받아 심사를 통해 지원 시장을 선정해 진행되는 상인대학은 올해 83곳의 시장에 개설돼 1만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할 예정인데 지난달말 현재 이미 46개 시장의 2,953명이 졸업을 한 상태다. 위탁교육기관을 통해 대학교수와 서비스 강사 등이 초빙돼 진행되는 교육은 1회에 3시간씩 주 1~2회로 이루어진다. 기본, 심화 과정으로 나눠진 교육 과정은 매장 디스플레이나 친절 교육, 시장 발전 방안에 대한 상담 등으로 짜여져 있다. 올해는 상인대학 졸업자들의 요청에 따라 국민대와 부산 동의대에 상인대학원 과정을 개설했다. 교육 만족도도 지난해 11월 실시한 전통시장 지원성과 평가에서 90.5점이 나올 정도로 높다. 상인대학은 시장의 전반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조덕준 송화시장 상인조합장은 "교육 후 걸핏하면 손님과 싸우곤 했던 상인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친절 교육의 성과가 컸다고 전했다. 또 "교육을 통해 무료 배송 등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송화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경차 2대와 오토바이 1대를 비치해 고객의 요청이 있으면 집까지 구매한 물품을 무료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집안에 못을 박거나 변기를 뚫는 등 어려운 일을 상인회 인원이 직접 나가 해결해주고 있어 특히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호응도가 높다. 이밖에 시장 내 카드 단말기를 보급해 장기적으로 100% 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유통 선진화 계획도 세우는 등 미래의 시장 발전 계획까지 상인 대학을 통해 세울 수 있었다고 조 조합장은 전했다. 졸업생들이 결성한 동문회는 시장 개선 사업에 앞장서는 전위대 역할을 한다. 시장 내 쿠폰 도입 등의 시도로 송화시장과 함께 우수 재래시장으로 꼽히는 서울 망우동 우림 골목시장 상인회의 유의준 회장은 "지난해까지 교육을 마친 상인들끼리 동창회를 만들어 한달에 한번 이상 모임을 가진다"며 "공동구매 논의가 이뤄지는 등 구체적인 대안도 나오고 같이 노력해야 살 수 있다는 공감대를 찾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래시장 상인회 조직률이 56.5%로 낮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상인대학을 통해 동창회 조직을 만든 것은 취약한 상인회 조직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 6월 상인대학 과정을 이수한 서울 약령시장 상인회의 남궁청완 회장은 "졸업생들끼리 스터디를 결성해 유명 강사를 초청한 강연회를 열고 있다"며 "시장 발전에 모임이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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