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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면 부도·폐업… 실업자 급증(시름하는 지방공단)
입력1997-09-09 00:00:00
수정
1997.09.09 00:00:00
최영규 기자
◎사주 도피… 곳곳서 퇴직금농성/실업급여 신청자 연일 북새통/“지금 추세론 연말엔 실업자 80만명 육박”경기침체와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여파는 산업현장의 근로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감량경영 차원의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등 감원바람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연쇄부도·폐업으로 대량실업이 속출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대로 가다간 연말에 가서 8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도 나오고 있다.
8일 하오 인천 남동공단 16블록9호 대덕가전(대표 박강길) 공장. 요란한 기계소리 대신에 굳게 잠근 공장안에서 종업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회사 대표가 경영부실로 부도를 내고 도망가는 바람에 1백50여 종업원들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 것. 일부 직원들은 기계가 멈춘 공장에서 라면으로 요기하며 밀린 임금과 퇴직금(5억6천만원)을 받아 내기 위해 2개월째 투쟁을 벌이고 있으나 해결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질 않고 있다.
인근 8블록에서 LPG가스통을 생산하는 남신산업도 부도로 문을 닫아 2백여 종업원들이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이 회사 종업원들은 그나마 다행으로 퇴직금을 모두 받았지만 대부분이 나이가 많아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상태다. 가족 네식구의 생계를 홀로 꾸려가고 있는 여성근로자 L씨(29)는 『추석명절 걱정은 우리에겐 차라리 사치』라며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고 한숨 짓는다.
전국의 46개 지방노동관서에는 요즘 퇴직후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실업자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노동부 집계에 의하면 지난 3월만해도 실업급여 신청자수가 2천8백49명이었으나 7월에는 5천55명으로 무려 77.4%나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하루 평균 67명이 신청했으나 올들어서는 7월말까지 하루 평균 1백48명이 신청, 지난해의 두배를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8월들어서는 하루 평균 2백명을 넘어서고 있어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 회오리의 여파가 중소기업에도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7월말 현재 실업자수는 47만6천명으로 전년동기 38만7천명에 비해 8만9천명(23%)이나 증가했다.
실제 부산지역은 신발·봉제·합판업종이 사양산업화되면서 제조업이 쇠퇴하고 그나마 지탱하던 유망 중소기업마저 김해·양산 등지로 이전, 실업률이 연속 3년간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실업률이 2·4분기 4.2%로 전국 평균 2.5%를 크게 웃돌아 심각한 고용불안을 보이고 있다. 대구지역도 주종인 섬유·자동차부품·건설·유통업의 불황으로 같은기간 중 실업률이 3.8%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손일조 대구지방노동청장은 『경기불황과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키 위해 기업들이 채용규모를 축소하거나 동결시키는 추세여서 지방의 고학력 취업난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며 『앞으로 대량실업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대구·인천=최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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