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완화 종료 후 6개월 뒤에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
지난달 20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금리 인상에 대한 구체적 시점을 언급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은 출렁거렸다. 거의 5년간 유지되던 미국의 제로금리(0~0.25%)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인상될 것이란 전망에 미국은 물론 신흥국 주식 및 채권시장은 일제히 급락했다. 옐런 의장의 발언을 두고 아직까지 시장의 해석은 분분하지만 어쨌든 미국 내부에서 조기 금리 인상 논의에 불이 붙은 셈이다. 옐런 의장의 발언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하루만에 0.1%포인트 급등하기도 했다.
때마침 국내에서는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가 물러나고 매파 성향의 이주열 신임 총재가 내정돼 이달 1일부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기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낮게 보고 물가 관리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사실상 금리 인하보다는 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안정에 집중해 정통 '한은맨'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처럼 미국과 국내 모두 금리 상승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금리 인상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경우 국내 채권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이 총재의 부임으로 당분간 채권 금리가 박스권 하단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없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대비해 지금부터 차근차근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이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금리 상승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을 문의한 결과 보험이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꼽혔다. 보험사들은 그 동안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에 투자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했는데 저금리 장기화로 역마진 리스크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경우 채권 금리가 장기적으로 상승해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보험사의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란 평가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상승하면 보험사가 이미 보유중인 채권에서는 평가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신규로 투자하는 채권에서는 수익이 발생해 역마진 리스크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고채10년물 금리가 장기적으로 4%대까지 오른다면 보험사 영업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도 유망업종으로 꼽혔다. 금리 상승이 진행될 경우 은행업종은 예대마진 차이로 수익이 늘어난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은 그동안 저금리 기조 하에서 마진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 온 은행들의 영업환경을 개선시키며 은행주의 투자심리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하기 부담스럽다면 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간접투자 상품을 이용해도 된다.
대표적인 게 시니어론 펀드다. 시니어론은 일반적으로 미국의 투자등급(BBB-) 이하 기업에 변동금리(리보+신용스프레드)로 자금을 빌려주고 원리금을 상환받는 선순위담보부 채권을 말한다. 일반 채권은 만기까지 고정된 이자를 지급해 금리가 상승하면 손해를 보지만 시니어론은 금리가 오르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국내에는 현재 총 3개의 공모형 시니어론펀드가 출시돼 있는데 '신한BNPP시니어론특별자산 1(H)[대출채권-재간접](종류A1)'의 규모가 가장 크다.
주형준 신한BNP파리바운용 글로벌투자솔루션본부 팀장은 "올해 시니어론 수익률은 연 3.5~4%가 예상돼 지난해보다 1%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며 "하지만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옐런 의장의 발언을 신호탄으로 미 금리가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일 것이기 때문에 다른 채권자산보다 시니어론의 매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국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매력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종목은 '프로셰어즈 울트라쇼트 20Y+미국 국채 ETF(블룸버그 티커: TBT UP)'다. TBT UP은 바클레이스 미국장기국채(만기 20년 이상) 지수 일일 가격움직임의 역으로 2배 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인버스 ETF다. 배상원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 대리는 "미 국채 인버스 ETF의 경우 금리가 오르면 수익이 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 이슈가 나올 때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도 국고채 금리가 상승(가격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ETF가 있다. 바로 삼성자산운용이 지난해 상장한 'KODEX 10년국채선물 인버스' ETF다. 이 상품은 10년국채선물시장에서 선물매도계약(Short)을 체결해 기초지수인 10년국채선물지수 일간수익률의 -1배를 추구한다. 1주당 액면가는 5만원 수준이다.
금리 상승기에 하이일드채권 투자가 안정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이일드채권은 신용등급이 BB+ 이하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채권으로 우량채권에 비해 높은 이자를 지급한다.
JP모간자산운용에 따르면 2003년 5월부터 2004년 5월까지 투자자가 미 국채 10년물에 투자했다면 손실률은 5.38%에 달했다. 일반 채권 투자수익률은 -0.44%였다. 그러나 하이일드 채권투자자는 같은 기간 10%가 넘는 수익을 얻었다. 2005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지속된 금리 상승기에도 미 국채 투자가 5.79%, 일반 채권 투자가 0.81% 손실을 기록한 반면 하이일드 채권은 5.33% 수익을 냈다.
스티븐 창 JP모간자산운용 아시아지역 포트폴리오 매니저(PM)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1994년 이후 자산 가격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하이일드 채권 투자는 금리 사이클이 바뀌더라도 투자자들에게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리가 오르면 채권평가손이 발생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하이일드채권은 이자 쿠폰이 높아 금리 상승분을 상쇄하고도 남는 안정적 수익을 주기 때문에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미국 등 선진국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JP모간단기하이일드자(채권)A'를 비롯한 하이일드채권 펀드가 출시돼 있다. 이 펀드로는 연초 이후 3,274억원이 몰려 국내 설정된 해외펀드 중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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