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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스버그 테틀리사 구조조정/영국이 “시끌”
입력1997-09-29 00:00:00
수정
1997.09.29 00:00:00
정상범 기자
◎1,500명 해고·공장 3곳 폐쇄 등 “6,400만달러 절감”/바스사와 합병무산… 노동보수당 정책공방까지덴마크 맥주업체인 칼스버그의 영국 자회사인 칼스버그 테틀리사가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대규모 해고를 포함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 영국 산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더욱이 칼스버그 테틀리측이 동종업체인 바스사와의 합병을 반대한 영국 노동당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서면서 파문은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칼스버그는 25일 1천5백여명의 종업원 해고와 3개 공장 폐쇄를 비롯한 구조조정안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전체 종업원 3천7백명의 40%수준을 웃도는 대량 감원을 예고한 것이다.
또 칼스버그는 기존의 3개 공장을 폐쇄하거나 매각하고 나머지 2개 공장에 생산은 물론 마케팅과 관리기능을 집중하는 등 회사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3년간에 걸쳐 모두 4천만파운드(6천4백만달러)의 경비를 절감하겠다는 복안이다.
합병계획이 무산된지 3개월만에 구조조정이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한 셈이다.
에베 디니젠 회장은 이날 구조조정의 이유로 『경쟁 격화때문에 비용 삭감이 불가피했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바스사와의 합병계획을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노동당정부를 비난했다.
양사가 합병을 추진한 것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 시너지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즉 칼스버그가 실제 판매능력보다 생산규모는 훨씬 많은 반면 마케팅능력이 뛰어난 바스는 공급물량 부족에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들어 환상적인 결합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러나 노동당정부의 유일한 여성각료인 마가렛 베케트 통상산업장관은 칼스버그와 바스가 각각 23%, 1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합병이 실현되면 최대 맥주업체인 스코틀랜드의 커리지맥주를 위협할 것으로 우려, 이를 강력히 반대했다.
영국 맥주업계가 이처럼 어려움에 직면하게된 것은 무엇보다 소비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의 1인당 맥주 소비량은 1백2.3ℓ로 86년의 1백9ℓ보다 크게 감소했다. 더욱이 프랑스 등 주변국으로부터의 값싼 수입품이나 밀수품 반입까지 늘어나면서 국내업체의 시장기반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칼스버그의 구조조정 발표는 영국정계에 정책 득실을 둘러싼 공방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하원의 마틴 오닐 통상산업위원장은 『칼스버그의 결정이 침체된 지역경제에 심각한 실업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당초 합병계획을 승인했더라면 이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노동당정부를 공격했다. 야당인 보수당의 존 레드우드는 『영국 노동자들은 노동당과 베케트장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값비싼 댓가를 치르게 됐다』고 일침을 놓았다.
특히 비난이 집중되고 있는 베케트장관은 인원 감축이 합병일정과 상관없이 이루어 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들은 유럽지역의 맥주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때 앞으로도 인수·합병 등 업계의 구조재편바람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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