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미수거래 자율규제 '눈가리고 아웅'

증권업계가 미수거래 자율규제에 나선 가운데일부 증권사들이 초단기 대출서비스를 도입, 고객들의 미수거래 기간을 연장해주고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심지어 새로운 유형의 초단기 주식담보대출 상품을 개발해 업계의 자율규제안에서 금하고 있는 '무현금 미수거래'를 부활시킨 증권사도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 초단기 대출로 미수거래 기간 늘려 =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굿모닝신한증권과 대신증권, 대우증권, 메리츠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이 만기가 1~5일인 온라인초단기대출을 통해 고객들의 미수거래 기간을 연장해주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이달 22일부터 미수거래 고객에 한해 연간 이자율 8.9%로 최장 5거래일까지 단기자금대출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같은 날 메리츠증권도 미수거래를 이용한 고객들에게 연 9%의 이자율로 반대매매 회피용 초단기 대출자금을 최장 3거래일까지 대출해주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대신증권은 지난 달 17일 미수거래 고객을 겨냥한 하루짜리 대출상품을 선보였으며 대우증권은 이미 지난해부터 미수로 주식을 산 고객에게 3일짜리 대출을 해주고 있다.

◆미수금 감소는 초단기대출 덕(?) = 증권사 고객이 자신의 보유현금과 대용증권(주식) 이상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행위를 '미수거래'라고 부르며 이틀 뒤인 결제일까지 매입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증권업협회에서 산정하는 미수금으로 잡히게 된다.

하지만 고객이 결제일에 증권사의 초단기대출 상품을 이용해 매입대금을 결제할경우 협회 산정 미수금으로 잡히지 않는다.

이에 따라 최근 주식시장의 고객미수금 규모가 감소 추세를 보인 것은 증거금률인하 등 증권업계 자율규제 덕도 있지만 초단기대출 서비스 도입도 영향을 미쳤다는주장도 제기됐다.

아울러 초단기대출 이용 고객은 눈앞의 반대매매를 피할 수는 있지만 1~5일에불과한 대출기간이 지나면 증권사들이 반대매매에 나서기 때문에 미수거래 기간이연장되는 것에 불과하며 투자 위험은 오히려 커진다.

예컨대 결제일이 이틀 뒤에서 5일 뒤로 연장된 상황에서 주가가 추가로 폭락할경우 깡통계좌 발생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현금 미수거래도 부활 = 게다가 최근 미수거래 자율규제의 근본적인 취지를흔드는 무현금 주식거래 서비스까지 부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26일부터 '미수론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이 보유 주식 대용가(전날 종가의 70%)의 최대 3.3배까지 주식을 살 수 있게 했다.

이번달 2일 변경된 미수제도를 보면 증권사들은 위탁증거금 가운데 현금비중을5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보유 주식의 대용가격만큼 자동으로 돈이 입금돼현금 없이도 미수 거래가 가능하다. 앞선 초단기 대출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대출기간은 3일 정도이며 이자율은 연 8%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미수거래 이용 고객의 편의를 위해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하지만 미수거래 자율규제에 따른 이자 및 수수료 수입 감소분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미수거래 자율규제에 나선 것은 단기 차입투자의 위험을 줄여보자는 차원이었다"며 "요즘처럼 주식시장의 급등락이 많을 때 초단기대출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고객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