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긍정적 노동시스템/이성순 성균관대 교수·경제학(특별기고)

◎노사 생산성 향상 협력 파이부터 늘려야○개방·유연성 취약 최근 경기가 급속히 하락하고 경제주체들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고질병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와 기업이 노력하고 있으나 난국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경제가 어려워진 것은 한보사태 등의 단기악재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경제시스템이 대내외 여건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경제시스템의 우열이 국가경쟁력의 차이로 나타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것도 승자의 시스템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세계 각국은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경제시스템 구축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스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그 가운데서도 인적자원을 활용하고 규율하는 틀인 노동시스템이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질 높은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이를 제대로 움직이게 하는 국가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과거 양산제조업을 가지고 경쟁했을 때에는 화합을 앞세운 일본 노동시스템이 우위에 있었다. 미국식은 빈번한 파업과 정리해고로 인해서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축적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반면에 일본식은 도요타의 간판방식이 상징하듯 탁월한 현장기술을 축적하고 강점을 발휘했다. 그런데 정보혁명이 시작되고 범세계 경쟁의 양상이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은 유연한 노동시장을 바탕으로 과감한 구조조정에 성공했고 창조적 개인들은 신산업 조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많은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됨으로써 전직자와 실업자를 흡수했다. 지금까지 우리의 노사관계는 수직적·권위주의적이었고 노동시장의 개방성과 유연성도 취약한 실정이다. 기업성과가 노동자 개인에 대한 보상과 성취감으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자의 의식은 소외감과 대결의식으로 고착되어 있었다. ○제 몫찾기에만 치중 그 결과 노사관계는 생산물의 분배에만 초점을 맞추어 제로섬게임을 벌여왔다. 단체교섭 과정에서는 상대적 힘을 발휘하여 더 많은 분배를 차지하려는 대립이 우선했다. 갈등비용이 사회전체적으로 커졌으며, 임금이 경쟁국에 비해 높게 인상되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생산성과 품질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자구책으로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서 요구사항을 확대시켰고 연대도 강화했다. 지난해말 정부의 노동법 처리과정이 미숙했던 것이 사태를 결정적으로 악화시켰다. 노동법 파동은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분규의 불길이 언제 다시 살아날지 불안한 상태다. 경제가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워지는 가운데 노사분규라도 확산되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 ○노동자도 경영참여 현재의 병든 노사관계를 바로잡는 과정을 새로운 노동시스템을 설계하고 정착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임금과 고용은 기업에 있어서는 경쟁력의 문제이며, 근로자에게는 생존문제다. 이제는 주어진 것을 나누어 먹는 제로섬 게임에서 생산물 자체를 키워 서로 만족하는 포지티브섬 게임을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스템에서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서 기업이익을 늘리고 그것은 임금과 노동자 복지로 연결시켜야 한다. 높은 임금을 받고 생활이 안정된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기업의 발전에 매진해야 한다. 결국 새로운 노동시스템은 신뢰와 협력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노동시스템은 무엇보다 자율성과 다양성이 전제돼야 한다. 예를 들어 다수가 노조가입이나 노조활동 참여를 무리하게 강요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노조의 형태도 전국조직, 산별노조, 기업노조, 노사협의회 등이 다양하게 존재해야 한다.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노사양측의 공생을 도모하는 노조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게 되는 경쟁메커니즘이 작동돼야 한다. 노조간의 경쟁은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기업도 전근대적인 경영이나 노동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처럼 기업이 불법적으로 노조활동을 억압하거나 설립 노력을 봉쇄해서는 안된다. 노무관리를 합리화하고 노동자를 혁신의 자원으로 훈련하고 활용해야 한다. 경영참가 확대 등을 통해 작업자의 지위를 강화하고 경영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과격투쟁 자제를 노동계와 노동자는 정치투쟁과 과격투쟁을 자제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 위기상황을 감안하여 기업활동에 적극 협력한 후에 성과배분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노조활동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노동자와 기업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온건노선으로 전환해야 한다.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이번 복수노조 허용이 선의의 경쟁을 일으키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노동자 개인은 민주시민으로서 법과 질서를 지키고 자신의 전문적 가치를 올리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중립적 위치에서 노동시스템을 규율하는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어느 한 쪽 편을 들어서는 안되며 국가의 백년대계에 도움이 되도록 새로운 틀을 만들고 기업과 노조가 공정한 게임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제대로 역할해야만 포지티브섬 게임이 성립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