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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산업 뜬다] 알뜰소비 확산 R산업 뜬다

IMF(국제통화기금) 불황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소비패턴도 합리적인 방향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IMF사태 이전만 해도 남의 눈을 의식해 중고물품 사기를 꺼리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새 물건을 사기 보다는 중고차, 중고PC 처럼 신제품에 밀려난 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한다. 그런가 하면 필요는 하지만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은 목돈을 들여 사는 대신 전문 렌탈업체에서 빌려쓰기도 한다. 또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겉포장을 빼고 내용물만 다시 채워서 쓰는 리필제품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고장난 제품을 수리해 사용하거나 오래된 물건의 디자인을 바꿔 다시 쓰는 수리(리페어)·수선(리폼) 제품도 등장했다. 이에따라 재활용(RECYCLING), 렌탈(RENTAL), 중고품 사용(REUSING), 리필(REFILL), 재수선(REFORM) 등 이른바 「R산업」이 사회전반에 확산되는 추세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아나바다」운동도 각종 사회단체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서서히 번져나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물론 소득 감소에 기인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도시근로나 소득은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 줄일수 있는 모든 부문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그러나 소득감소는 건전한 소비,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순작용도 했다. 과거 다소 충동적이고 과시적이며 거품이 많았던 구매패턴이 알뜰구매로 바뀌면서 우리나라도 선진국에서나 볼수있던 각종 재활용 관련 R산업이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IMF형 소비패턴의 변화 속에서 렌탈산업(대여업)도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미 몇년전부터 렌탈산업이 있긴 했지만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렌터카 정도나 인식됐을뿐 그외의 렌탈업종은 보편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IMF시대 알뜰 살림의 지혜로 렌탈업이 주목받으면서 새로운 품목의 렌탈산업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정수기. 수도물에 대한 불신과 비례해 정수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요즘같은 소득감소 상황에서는 100~200만원을 호가하는 비싼 정수기를 살 엄두를 낼수 없는 것이 현실. 이같은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웅진코웨이가 지난해봄부터 국내 최초로 정수기 렌탈을 시작했으며 효성필탑 정수기도 지난해 하반기 렌탈에 뛰어드는등 중소 업체로까지 정수기 렌탈 산업이 확산되고 있다. 장난감도 주목할 품목. 어린이를 대상으로한 이른바 「엔젤 산업」은 불황을 타지 않는다지만 타격을 입지 않을수는 없는 일. 더욱이 사용기간이 길어야 1~2년에 불과한 장난감의 경우 연령대에 맞춰 무조건 장난감을 사주는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장난감 대여전문점인데 최근들어 프랜차이즈 점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밖에 일반 생활용품, 여행용 가방, 컴퓨터, 사무기기, 가정용 의료기기 등 다양한 품목이 새로운 렌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중고품 유통도 IMF시대를 맞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고품 역시 과거에는 중고자동차 정도에 그쳤지만 PC, 가구, 가전제품 등 단가가 높은 상품 위주로 취급점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PC의 경우 제품 사이클이 짧고 신제품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중고제품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품귀현상을 보일 정도이며 중고 냉난방기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프랜차이즈도 생겨났다. 중고 가구 및 가전제품을 수거해 재판매하는 재활용센터도 성업중인데 이들 재활용센터는 중고상품을 새롭게 수선(REPAIR) 또는 재단장(REFORM)해서 판매하고 있다. 겉포장이나 용기는 사지 않고 내용물만 채워쓰는 리필제품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지난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면서 한차례 각광받았던 리필제품은 본제품보다 20~30%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IMF형 상품으로 일찌감치 자리잡았다. 리필제품은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주방세제, 샴푸·린스 등의 생활용품과 커피, 커피프림, 된장, 고추장, 마요네즈 등 식품을 중심으로 이미 수년전부터 생활속에 자리잡았다. 최근들어서는 립스틱, 투웨이케이크, 아이펜슬 등 색조화장품 전반 및 문구용품 등에도 확산되고 있다. 다 쓴 건전지를 충전해서 다시 쓸수 있는 충전식 건전지도 출시됐으며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폐건전지를 재충전해 판매하는 건전지 자판기까지 등장했다. 리사이클, 리필, 렌탈 등 R산업이 낳은 제품들은 곧 환경친화 상품이기도 하다.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사람이 빌려쓰기도 하고 또 고쳐쓰거나 채워쓰기도 함으로써 제품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쓰레기 발생량도 그만큼 줄일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MF시대를 계기로 R산업은 선진국형 소비행태를 정착시키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효영 기자 H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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