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지능형 검색기술 '시맨틱 웹'<br>원하는 정보 정확히 제공 받고 기존 웹보다 시간도 대폭 줄여<br>KISTI 국내 독보적 기술력 확보 국내외 특허 100여건 출원·등록<br>산학연에 무상 기술이전 등도 적극
| 시맨틱 웹 기술을 사용하면 사이버상의 정보들이 지닌 의미를 컴퓨터가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도 있어 원하는 정보를 한층 빠르고 정확히 찾을 수 있다. |
|
| 강락근 다이퀘스트 대표 |
|
시맨틱 웹은 컴퓨터가 정보의 뜻을 이해하고 논리적 추론까지 할 수 있는 차세대 지능형 웹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컴퓨터가 사용자의 요구를 이해해 한층 빠르고 정확하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기계병사들은 눈에 보이는 사물들의 정보를 파악하는 동시에 주인공들과도 자연스럽게 대화하는데 이것이 바로 시맨틱 웹 기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정보를 이해하는 지능형 웹=웹 기술은 정보의 표현과 저장·전달의 편의성을 증대시켜 인터넷이 실생활에 확산되는 기폭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웹상에 축적된 정보가 방대해지면서 예기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기존 웹 기술은 정보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키워드에 의해서만 정보를 인식하며 여러 의미를 가진 동음이의어나 동명이인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까지 불필요하게 제공, 정보의 쓰나미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시맨틱 웹이다. 이는 쉽게 말해 개별 정보들이 지닌 의미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로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정확히 제공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 포털 사이트에서 '이소연'을 검색하면 드라마 동이에 출연했던 탤런트 이소연과 우주인 이소연 박사, 피아니스트 이소연과 관련된 콘텐츠들이 혼재돼 노출된다. 하지만 시맨틱 웹 기술이 적용된 검색엔진은 각각의 이소연을 구분해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이소연별로 연관정보들까지 일목요연한 카테고리로 분류해 함께 보여준다. 그만큼 사용자는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성원경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정보기술연구실장은 "시맨틱 웹이 유비쿼터스 환경과 접목되면 어느 분야든 적용이 가능해진다"며 "우리의 일상생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킴은 물론 경제ㆍ사회 전반에도 막대한 파급력을 발휘할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정보 활용 촉진의 선봉장=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시맨틱 웹 기술은 기존 웹 서비스의 정보 접근성과 검색기능 개선을 중심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세계웹표준화기구(W3C)가 수년 전부터 주도하고 있는 LOD(Linking Open Data) 프로젝트는 시맨틱 웹의 가치와 효용성을 극명하게 나타낸다.
이 프로젝트의 지향점은 전세계의 모든 데이터를 서로 연결하고 공개해 지구촌을 아우르는 정보의 보고(寶庫)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100여개 이상의 정부기관 통계자료를 취합해 웹사이트(data.gov)에 공개하면서 지난해 10월 LOD 프로젝트 내 데이터와 50억트리플(Tripleㆍ시맨틱 지식 단위) 규모의 정보를 연계했다. 영국 또한 방대한 데이터를 LOD 프로젝트에 공개한 상태다. 이렇게 지난 2007년 5월 5억트리플 수준이었던 LOD 프로젝트의 데이터는 올 5월 현재 47억트리플 수준까지 늘어났다. 바로 여기에 시맨틱 웹 기술이 채용돼 있다.
국내 기관 중에는 KISTI가 유일하게 1억2,000만트리플을 연동시켰다. KISTI는 시맨틱 웹에 있어 국내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관으로 꼽힌다. 이미 국내외에 100여건의 관련 특허를 출원ㆍ등록했으며 17건의 기술이전도 성사시켰다. 지난해에는 시맨틱 웹 기술을 활용해 해외 학술논문 45만건과 연구자 1,200만명의 심층정보를 제공하는 차세대 과학기술정보 서비스 '온토프레임(OntoFrame) S3'를 선보이기도 했다. 온토프레임 S3는 연구주제 동향, 주제별 전문가 및 연구기관, 연구자 네트워크, 유사 연구자 등 개별 연구자가 직접 찾기 어려운 정보를 보여주는 동시에 검색어가 연구주제인지, 연구자인지를 스스로 구분해 최적의 결과물을 제시하면서 연구자들의 연구활동을 돕고 있다.
◇추론엔진 개발로 300억원 수입 대체효과=이뿐만이 아니다. KISTI는 시맨틱 웹 기술의 핵심인 추론엔진 개발에도 성공했다. 시맨틱 웹의 상용화는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추론엔진의 성능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온토리즈너(Onto Reasoner) 3.0’으로 명명된 KISTI의 추론엔진은 국내 시맨틱 웹 확산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KISTI 정보기술연구실의 정한민 박사는 "올해 국내 시맨틱 웹시장이 3,000억원 규모로 예상됨을 감안하면 추론엔진 개발로 최대 300억원의 수입 대체효과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KISTI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연구비를 지원 받아 녹색기술, 산업시장, 정책, 국가 연구개발(R&D) 등 국가 정보의 글로벌 모니터링체계를 구축했으며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던 녹색기술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녹색기술정보포털(GTNet) 사업도 주도하고 있다.
특히 KISTI는 이 같은 시맨틱 웹의 핵심기술들을 KAISTㆍ특허청ㆍ조선대ㆍ코리아와이즈넛ㆍ오롬정보 등 산학연에 무상으로 기술이전하는 한편 다이퀘스트ㆍ탑쿼드란트코리아ㆍ에이티아이티 등 국내 유명 벤처기업들에는 유상으로 기술이전을 실시했다. 이는 많은 자본과 시간이 필요한 기술들을 정부 출연 연구원이 개발하고 중소벤처에 저렴하게 이전한다는 측면에서 기업 상생문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박사는 "기술이전은 벤처기업의 보유기술과 KISTI의 시맨틱 웹 기술을 융합, 신기술 개발의 발판이 된다"며 "시맨틱 웹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대한 기술이전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맨틱 웹 기술 통한 검색엔진 진화 선도"
강락근 다이퀘스트 대표
지난 2000년 설립된 검색 솔루션 전문기업 다이퀘스트의 강락근(사진) 대표는 유난스러울 만큼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이퀘스트가 이미 쇼핑몰 검색 솔루션 분야의 선두기업이자 기업용 검색 솔루션 분야의 대표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신기술로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면 회사의 성장도 멈출 수밖에 없다는 신념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벤처 거품이 빠지면서 많은 벤처기업이 붕괴되는 상황에서도 강 대표는 KISTI로부터 시맨틱 웹의 핵심기술을 이전 받아 자사의 기술과 융합한 지능형 정보 포털 솔루션 '온토프레임' 개발에 성공하며 안정적 성장기반을 마련했다. 온토프레임은 이미 법무부ㆍ기술표준원 등의 공공기관에 적용돼 그 성능을 인정받으면서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킬 아이템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덧붙여 다이퀘스트는 자사의 원천 솔루션인 통합검색엔진과 상품검색엔진에도 시맨틱 웹 기술을 융합해 '마리너 3'과 '다이버 5'의 개발을 완료했으며 현재 이 제품들의 상용화를 위한 기술특허 출원 등의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경영실적도 성장세를 보여 지난해 60억원의 매출과 5억원의 순익을 올린 데 이어 올 매출 70억원, 순익 10억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내년에도 매출 100억원과 순익 30억원의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 대표는 "그동안 검색 솔루션은 속도나 정확성에만 집중해왔지만 앞으로는 검색 결과가 비즈니스에 얼마나 잘 활용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시맨틱 웹 기술을 필두로 검색엔진의 진화를 선도하는 동시에 다양한 신규사업을 개척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