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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마니아의 교훈

티베리우스는 아우구스투스로부터 로마 황제 자리를 물려받은 후 세 가지 과제를 떠맡았다. 이 과제는 바로▲황제지위 강화를 통한 제정(帝政)확립 ▲국가재정 건전화 ▲북쪽 방위선 확정문제였다. 이 가운데 방위선 결정문제는 가장 민감한 과제였다. 게르만 민족은 로마제국의 안정을 위협하는 아주 귀찮은 존재였다. 그래서 로마는 라인강 건너 게르마니아(현재의 독일)지역을 토벌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과정에서 로마는 토이토부르크 숲에서 게르만족의 유인작전에 말려 3개 군단이 거의 전멸하는 치욕을 맛보기도 했다. 이런 참패를 경험한 후 로마는 다시 티베리우스를 사령관으로 임명해 게르마니아 진압작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자신의 전공을 지키기 위해 게르마니아에 계속 군대를 주둔시킬 유혹도 느낄 법 했지만 티베리우스는 황제로 등극한 후 과감히 철군을 결정한다. 이런 결정은 그야말로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 로마제국은 군대를 파견한 지역에서 철수하는 것을 더 할 수 없는 불명예로 여기는 전통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르마니아 철군은 자존심에 다소 상처를 입더라도 제국의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치밀한 계산에서 비롯됐다. 게르마니아 진압을 위해 로마는 많은 병력과 재원을 희생시켜야 했다. 티베리우스는 게르만족과의 타협을 통해 실리를 얻는 방법을 택했다. 그 결과 로마는 티베리우스 치하에서 재정도 넉넉해지고 평화도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은 역사상 로마에 비유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슈퍼파워의 위세를 떨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굳이 유엔을 거치지 않고도 마음만 먹으면 어느 나라라도 손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주지시켰다. 특히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의 행태는 그야말로 방약무인(傍若無人)이다. 정규 전투원이 아닌 이라크 민간시위대를 향해 거침없이 총을 난사하는 것은 물론 전통적인 우방인 유럽에 대해서도 적대감을 불사른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 프랑스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이런 미국의 공세에 대해 제대로 반격도 취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이다. 하지만 미국이 승전에 도취해 있는 사이에 고립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잠재적인 적대세력을 억누르려는 것에 비례해 다른 나라의 반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미국은 제2의 9ㆍ11테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또 다른 테러는 미국의 공세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연출할 뿐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피해자로 전락한다. 불필요한 전비지출로 미국의 경제력은 취약해지고 다른 나라의 경제활력도 떨어진다. 부시 행정부는 게르마니아에서 과감히 군대를 철수시킨 티베리우스의 용단을 배워야할 것 같다. <정문재(경제부 차장)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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