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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김미현 根性

「슈퍼땅콩」김미현 선수는 글자 그대로 아메리칸 드림(DREAM)이자 코리안 드림을 성취했다. 1㎙53의 단신(短身)에 스물두살 나이로,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미국 본토에서 혼자 해냈다. 한국여자 특유의 인내와 끈기· 근성(根性)으로 온갖 역경을 이겨낸 김미현 선수를 대견해 하고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식구들이 모두 길거리에 나앉아야 할 상황에 학업도 포기하고 프로골퍼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었던 그였다. 미국으로 건너가 돈을 아끼느라 아버지가 운전하는 중고(中古) 밴에서 먹고 자며 낯선 골프장을 찾아 다니는 그를 TV화면에서 보고 가슴 뭉클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엔 아무도 된다고 믿지 않았다. 역전의 서양선수들 틈에서 너무 왜소하게 보였던 풋내기, 더구나 미국의 존 댈리 선수의 스윙을 연상케 하는 오버스윙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했었다. 그러나 김미현 선수는 스폰서도 붙지 않던 외로운 싸움에서 혼자 이겨냈다. 「하면 된다」「나도 할 수 있다」「잘 살고 싶다」는 결의로 달려든 처절한 승부라고 볼 수 있다. 어느 신문기자는 그에게 있어서 골프는 『사치스런 취미도 아니고 한가롭게 즐기는 운동도 아니다. 잘 살기 위한 생활수단이고 집안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삶의 전부였다. 헝그리 골퍼였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도 김미현 선수와 같은 「헝그리 정신」이 원동력이었다. 온갖 역경에서 고생하면서도 「하면 된다」「우리도 할 수 있다」「잘 살아 보세」를 외쳐댔던 것이다. 직장마다 사원들 교육에 열심이었고 심지어 일본에서 배워온 「지옥훈련」같은 하드 트레이닝이 한때 유행한 적도 있다. 미친듯이 뛰는 목표관리였고 신바람 나는 기업간의 경쟁이자 해외로 뻗는 도전이었다. 근래 IMF사태를 치르면서 이러한 열기(熱氣), 헝그리 정신이 좌절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재벌개혁· 구조조정의 여파로 기가 죽어 신나게 일하려는 활력보다는 살아남는 전략에만 쫓기는 듯 보인다. 기업의 기(氣)를 살려 줘야 한다는 「분위기 전환」을 지적하는 사람은 많아도 아직은 직장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재(財)테크· 머리 게임이 더 절실한 듯 보인다. 재테크·벤처기업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발전의 기본으로 삼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의견인데, 현실은 문제에 문제가 복잡하게 서로 얽혀가 새로운 비전이 제시되지 않는 안타까운 국면이다. 김미현 선수의 파이팅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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