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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권 발행논의 급진전
입력2004-01-13 00:00:00
수정
2004.01.13 00:00:00
이연선 기자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화폐 선진화 방안을 제시하고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고액권과 위폐 방지장치에 찬성함으로써 화폐 혁신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액권과 위폐방지용 신권 발행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고액권의 권종과 화폐도안문제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고액권 권종은 5만원권과 10만원권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2만원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새로 발행되는 화폐도안에 들어갈 인물들과 구체적인 위폐 방지장치에 대해서도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다만 한은은 고액권 발행후 또 다시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ㆍ액면 절하)을 단행하는 것 보다는 동시에 추진하는게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디노미네이션 동시 추진 여부가 쟁점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정부ㆍ열린우리당 고액권 발행 `긍정`=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은 13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화폐 단위를 낮추는 디노미네이션(액면 절하)은 명분에 비해 실익이 적어 반대하지만 고액권이나 위폐 방지를 위한 신권 발행에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고액권이 발행되면 수표 발행과 거래에 들어가는 연간8,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권 발행이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총선 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되, 준비기간이 필요한 만큼 올해 당장 고액권을 발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인터넷 국정신문 `국정브리핑`과의 인터뷰에서 “(고액권 발행은) 기본적으로는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도입시점에 대해서는 `투명사회 합의후`라는 단서를 달아 아직까지 정부 방침이 구체화된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정치인들이 검은 자금만 주고 받지 않으면 10만원권 화폐가 발행돼 수표발행비용이 절약되고 침체돼 있는 내수와 소비진작에 획기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며 고액권 발행에 적극 찬성했다.
◇디노미네이션 시기는 이견=디노미네이션에 대해서는 한은이 고액권 발행, 위조방지장치도입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광림 차관은 “과소비와 물가상승 유발 등을 고려할 때 명분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총재는 “고액권을 발행하고 위폐 방지 등의 도안혁신을 한 뒤 몇 년 안에 또 다시 액면절하를 단행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비용과 시간이 이중으로 든다”며 “고액권 발행과 위폐방지, 디노미네이션을 한꺼번에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은측은 디노미네이션이 물가와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한다는 우려는 전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로화 출범 등 해외 디노미네이션 사례들을 봐도 물가에 큰 영향이 없었고 금융시장도 불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조사 결과 유로화 발행 당시 이탈리아는 1유로당 1,936.27 리라로 액면 절하가 이뤄졌으나 물가나 국민경제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았고 200.48 에스쿠도를 1유로로 액면절하한 포르투갈도 경제에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년간의 검토 결과 디노미네이션을 해도 경제에 충격이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오히려 이번 기회에 디노미네이션을 하지 못하면 우리의 경제 위상에 걸맞는 화폐 선진화가 늦어져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액권 발행 논의 급진전=정부와 여당이 고액권과 위조방지를 위한 신권 발행에 찬성함으로써 화폐혁신은 급류를 탈 전망이다. 한은은 고액권을 발행할 경우 권종은 기존의 1만원권 외에 5만원권과 10만원권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해 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2만원권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권종이 복잡해지면 상거래가 번거로울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새 화폐 논의가 급진전하면서 조선시대의 인물들(세종대황, 이황, 이이, 이순신)로 채워져 있는 화폐 모델을 누구로 하느냐도 관심사가 됐다. 한은은 조선시대의 유교 중심적 인물들이 화폐의 얼굴을 점유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5,000년 역사로 지평을 넓혀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인물을 고르고 여성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첨단기술 입국의 이념을 구현하고 있는 조선시대 과학자 장영실,
▲위대한 실학자이자 경제이론가인 다산 정약용,
▲우리 역사상 가장 광대한 영토를 구축했던 고구려의 광개토대왕,
▲민족의 위인인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
▲ 화가 담징이나 단원 김홍도 등이 새 모델로 거론되고 있다. 여성을 화폐의 모델로 쓸 경우 거론되는 인물은
▲유관순
▲신사임당
▲허난설헌
▲한국 최초의 여성 판사 이태영박사 등이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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