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銀, 덩치만 키운 '우물 안 개구리' 사상최대 순익 해외수익 비중 겨우 0.01%세계40대 은행들은 해외서 영업이익 3분의1 벌어자산규모 비슷한 싱가포르 DBS도 35% 달해안방 안주땐 성장 멈춰…밖으로 눈돌려야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관련기사 시중銀, 이자수익이 85% 안정성장 어려워 국내 금융권에서는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ㆍ포스코와 같은 세계 굴지의 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것인가.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과 신상훈 신한은행장이 최근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비슷한 내용의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한국의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에 진입하고 제조업 분야에선 이에 걸맞은 글로벌 스타기업이 나오고 있는데 금융산업만 유독 ‘우물 안의 개구리’식 내수산업에 안주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금융허브 정책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은행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측면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금융기관을 국내에 유치하려는 노력만큼 국내 은행의 글로벌화에도 노력과 채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의 몸집이 선진국 은행과 비교해 뒤지지 않을 정도로 커지고 수익도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조874억원으로 전년동기 6조5,517억원 대비 23.4%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추세로 가면 국민은행은 올해 3조원, 신한과 우리은행은 2조원의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국민은행의 세계 순위는 51위로 지난해보다 25단계 껑충 뛰었고 우리은행은 104위에서 87위, 신한지주는 120위에서 88위, 농협은 116위에서 96위로 상승, 국내 은행 4곳이 세계 100대 은행에 진입한 것으로 미국의 금융전문 잡지 ‘더 뱅커’지의 조사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이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비중은 0.01%에 불과하다. 선진국 은행들이 해외에서 영업이익의 3분의1을 벌어들이는 것과 견줘보면 우리 시중은행들은 홈그라운드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은행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세계 40대 은행이 해외에서 얻은 영업이익 비중이 평균 29.8%, 아시아 수익 비중은 5.85%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인 미국 씨티은행의 해외영업 비중은 전체의 53%로 절반을 넘고 아시아 비중도 21%를 차지했다. 영국의 HSBC와 스위스 UBS AG의 해외 비중이 각각 68%, 72%로 두드러지고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 독일의 도이체방크, 네덜란드의 ABN 암로의 해외영업 비중은 각각 61%, 69%, 84%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국내 은행들의 해외영업 수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미미하다. 국내 1위인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해외 점포에서 거둔 영업수익은 845억원으로 국내 영업수익의 0.02%를 차지했다. 우리은행은 해외지점과 해외투자 등을 통해 총 1,320억원의 수익을 냈지만 전체 영업수익의 0.01% 수준. 다른 은행의 해외영업 비중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구경회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은행들이 국내에서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국내 고객들이 더 많은 이자와 수수료를 낸다는 의미”라며 “정부의 보호 속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영업을 하다가 금융시장이 개방되는 순간부터 암묵적인 금리 카르텔이 깨지면서 무한경쟁에 내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의 해외진출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한 외국계 컨설팅회사 부사장은 “지금처럼 모든 은행이 국내 소매영업에만 집중하면 5~10년 후에는 성장이 멈출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글로벌 역량을 키우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국내 은행과 덩치가 비슷한 싱가포르의 DBS그룹도 해외영업 비중이 전체의 35%, 아시아 영업 비중은 32%나 된다”며 “DBS그룹은 국내 은행보다 덩치가 작았을 때부터 해외진출을 착실히 진행해 ‘성장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조언했다. 입력시간 : 2006/07/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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