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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송미옥(45ㆍ가명)씨는 중학교 2학년생인 자녀가 “주의산만하다”는 담임선생님의 지적에 최근 정신과를 함께 찾았다가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의사는 “아이가 잠을 잘 못자 이런 증상이 유발된 것 같다”며 이비인후과나 수면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했다. 며칠간 아이의 수면상태를 지켜보니 수면 도중 주기적으로 몇 초 동안 호흡이 멎는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면장애 청소년 4명 중 3명이 불안ㆍ우울증상 겪어=제대로 잠을 못자는 수면장애 청소년 4명 중 3명이 불안ㆍ우울증 등을 동반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5일 계명대의대 소아과학교실 김준식 교수팀(박상우ㆍ손수민)이 지난 2002~2008년 동산의료원 수면센터에서 치료받은 20세 이하 수면장애환자 34명을 대상으로 수면장애와 불안ㆍ우울증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7.1%(16명)가 우울증을, 29.4%(10명)이 불안증을 동반했다. 75.5%가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수면다원화검사를 실시한 뒤 불면증, 주간졸음척도, 정신불안ㆍ우울증 평가 등을 통해 불안ㆍ우울증 상태를 평가했다. 수면장애의 종류는 80여 가지에 이른다. 불면증,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낮에도 졸리는 기면증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수면중 숨이 멈추는 상태가 10초 이상 지속되는 수면무호흡증은 소아청소년기의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번 조사대상 수면장애환자 34명 중 67%(23명)가 수면무호흡증을 겪는 소아청소년이었다. 수면무호흡증은 보통 코골이와 동반되는데 코를 골다 숨이 멈추고 몇 초 뒤 ‘컥’하는 소리와 함께 호흡이 시작되는 자녀라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수면은 뇌 발달과 정서안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깊은 수면을 취하는 동안에는 뇌세포를 구성하는 아미노산 분비가 잘 되고 낮 동안 지친 근육 회복도 이뤄진다. 김준식 교수는 “청소년기에 수면장애가 지속되면 늘 피로한 상태와 어지럼증ㆍ두통 등 정신적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며 “이런 정서장애가 악화되면 불안ㆍ짜증ㆍ신경질 등을 유발해 대인관계까지 원만하지 않게 되는 등 악순환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수면장애 적극 치료해야=수면무호흡증은 숙면을 취할 수 없게 해 가뜩이나 과도한 학습시간으로 수면 양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수면의 질까지 떨어뜨려 아침 두통, 주간졸림증, 기억력 감퇴, 학업능력 감소 등을 유발한다. 청소년기는 짧은 수면시간을 강요받는 시기이므로 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숙면하려면 수면을 방해할 수 있는 휴대폰이나 시계, 너무 밝은 조명 등을 옆에 두지 말아야 한다. 코골이ㆍ수면무호흡증ㆍ불면증 등 수면장애질환 등은 조기 발견해 수술ㆍ약물치료 등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 수면장애 자녀의 경우 코를 골거나 몸을 자주 뒤척이고 엉덩이를 위로 치켜들고 엎드려 자는 경우가 많다. 몽유병 등의 증상을 보는 경우도 있으므로 부모가 아이의 수면습관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청소년기 수면장애는 학습장애, 성격변화, 만성피로 등을 부르고 성장ㆍ발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며 “자녀가 과도한 우울ㆍ불안증상이나 신경과민ㆍ난폭함 등 급격한 성격변화를 보일 때 ‘사춘기 증상인가 보다’ 하고 넘기지 말고 수면장애 여부를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소아청소년 수면의 질을 높이는 8가지 습관> 1. 늘어지기 쉬운 주말에도 규칙적인 기상시간을 지킨다. 2. 체온이 올라갈 수 있도록 잠자기 전 20분 정도 따뜻한 물로 샤워한다. 3. 학교 등에서 불규칙한 낮잠을 피하고 아무 때나 눕지 않는다. 4. 코골이ㆍ이갈이ㆍ수면무호흡 등 수면을 방해하는 습관이 있는지 확인해 치료한다. 5. 수면을 유도하는 약, 잠 안오는 약에 의존하지 않는다. 6. 커피ㆍ홍차 등 카페인 음료는 중추신경을 자극하므로 가급적 삼간다. 7. 입시중압감 등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평상심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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