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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 계속될까] 올 한자릿수 지켜도 내년이 문제

문제는 내년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 등이 물가상승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선제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도 내년 물가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10월 물가상승률이 높은 것은 단기 공급에 따른 것이다=10월 물가상승률이 높은 것은 석유가격과 농축수산물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원유가격 상승으로 10월 석유류 가격은 전달보다 6.4%, 이상저온으로 채소류 가격은 1.7% 각각 올랐다. 석유류 가격 상승으로 공업제품 가격도 1.3% 올랐다. 석유와 채소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은 최근 국제원유가가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채소 공급이 정상화되면 줄어들 수 있다. ◇문제는 수요 측면이다=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면 물가는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석유와 채소 등 단기 공급 요인이 안정되더라도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면 물가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학계와 연구소는 이같은 수요-공급 균형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강봉균(康奉均) 재경장관은 『내년 하반기 이후 물가가 불안하면 정책 기조를 바꿀 수 있다』고 밝혀 내년 상반기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저금리 기조는 최근 최대 경제현안인 대우 부실채권 처리와 투신 구조조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경제선택이라 할 수 있다. 저금리 기조는 통화 팽창을 의미하며 이는 총수요를 확대시켜 물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물가가 일단 상승국면에 들어서면 이를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주체들이 물가가 오르리라고 기대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힘들다는 것은 우리의 경제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KDI나 한국은행 등이 선제적 통화관리를 강조하는 것도 물가상승 심리가 광범위하게 유포되기 전에 『물가는 잡는다』는 경제당국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물가안정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재경부는 지난 30일 오후 한국금융연구원 회의실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금융연구원과 정책토론회를 갖고 내년 경제운용의 최우선순위를 물가안정에 둔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물가안정을 위한 단기금리 인상은 대우 및 투신문제가 해소되고 인플레 우려가 있을 때 시행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康장관은 『내년 물가상승률은 3%로 잡고 있다』며 내년에도 물가안정이 가능하리라 전망했다. ◇정부의 말과 행동은 다르다=재경부는 물가안정을 내년 경제정책의 최우선순위로 둔다고 했지만 실제 정책을 보면 이와 배치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내년 정부예산이 올해보다 5% 상승하는데 그쳐 세입 증가율에 크게 못미치는 것을 긴축 예산 편성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년 정부 예산 내역을 보면 총선을 의식한 불요불급한 예산 배정이 곳곳에 눈에 띈다. 실업률이 4%대에 이르렀음에도 총선전에 실업예산의 3분의 2를 배정하고 있다. 정부 예산보다 규모가 큰 각종 연기금과 투융자 등에 대해서는 개혁하겠다는 언급도 없다. 정부 예산이 아무리 긴축으로 짜여 있어도 연기금과 투융자 등이 방만하게 운영된다면 재정긴축은 물건너간 이야기다. ◇내년 물가상승 제어는 투신과 대우처리에 달렸다=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의 선택 폭이 넓어야 한다. 조동철(曺東徹) KDI 연구위원은 『대우와 투신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한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없게 된다』면서 『정부는 하루 빨리 현안들을 해결하고 한국은행으로 하여금 다양한 통화정책을 구사할 수 있게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홍기자JJ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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