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투자 식탁에서 사라진 지 오래된 코스닥전용펀드가 최근 들어 의외의 성적을 내며 강세 행진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천명한 이후 코스닥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코스닥 종목만 편입하는 코스닥전용펀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전망은 새 정부의 정책 지원을 감안할 때 상품성이 크다는 분석과 새 정부 출범 초기에 보이는 테마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엇갈린다.
1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코스닥전용 펀드인 ‘LS KOSDAQ Value 1(주식)C 1’은 지난 2011년 9월 설정 후 27.56%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중소형주 중심의 개별종목 장세가 펼쳐지면서 최근 6개월간 12.55%의 성적을 내며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성적을 앞질렀다.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은 냉랭하기만 하다. 이 펀드의 최근 설정액은 28억원으로, 청산 대상인 '자투리펀드(설정액 50억원 미만 펀드)'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매달 소규모의 자금유출이 이어진 가운데 10월에는 13억원이 빠져나갔다. 12월 6억원이 들어온 게 지난 한 해 가장 큰 유입이었다. '중소기업은 불안하다'는 선입견과 대형사에 대한 선호로 투자자들도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것이다.
박 당선인이 '경제 민주화'의 핵심 정책으로 중소ㆍ중견기업 성장을 내놓은 이후 투자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을까. 지난해말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 코스닥시장은 전반적인 강세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코스닥협회도 '코스닥전용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지원을 주장하며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업계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한 대형 운용사의 상품팀 관계자는 "그동안 코스닥전용 펀드가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은 성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시장에 코스닥 상장사에만 투자하는 관련 상품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이 이어지고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이 향상된다면 충분히 펀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코스닥 펀드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최운선 LIG투자증권 연구원도 "새 정부 출범으로 예상되는 통화 공급 확대와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코스닥과 소형주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불러 일으킬 것"이라며 "코스닥 등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를 권한다"고 밝혔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정책 기대감도 일종의 테마에 불과해 장기간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김대중 정부 초기에도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 등 정책적 배려가 집중되면서 유가증권시장보다 코스닥 시장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주목 받은 바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투자자들에게 버블 벤처 거품 붕괴에 따른 '악몽'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국내 주식형펀드를 통해서도 다양한 우량 코스닥 종목을 대형종목과 함께 투자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코스닥 종목에만 투자하는 전용 펀드를 만들 이유가 없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매력이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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