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지원 한은특융 “난항”/경영권포기각서 등 제시조건 까다로워

◎일부종금 “안받겠다”한국은행이 자금사정이 어려운 종합금융사들에 대해 8%의 저리로 지원해주기로 한 1조원 규모의 특융이 경영권포기각서와 거래은행의 거래동의서 제출문제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일부 대기업 계열 종금사들은 경영권 포기각서를 내느니 차라리 특융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어 종금사에 대한 특융지원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LG. 한솔종금 등 대기업계열 종금사들은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하면서까지 특융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 특융을 받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계열 종금사의 한 임원은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하는 것은 곧 대기업 계열사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융을 받음으로써 그룹의 이미지에 타격을 받게 하느니 차라리 그룹차원에서 계열종금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종금사 주주들은 한은이 종금사 특융지원을 위해 제출토록 한 경영권포기각서의 유효기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각서제출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즉 한은 특융을 상환하는 시점에서 경영권 포기각서의 유효기간이 해지되는 것인지, 혹은 경영정상화 시점에서 해지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주주들은 경영정상화시점이 각서의 유효기간 해지시점이 될 경우에는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은행의 거래동의서 제출도 특융지원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으로부터 특융자금을 전대받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한은에 국공채 등을 담보로 제출해야 하므로 종금사에 자금을 지원해줄 때 종금사로부터 담보를 확보해야 리스크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실제로 종금사들로부터 확보할 만한 마땅한 담보가 없기 때문에 거래동의서를 써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애당초 경영권 포기각서 제출을 전제로 한 특융지원에 대해 탐탁찮게 생각해온 일부 종금사들이 한은 특융을 거부할 경우 여타 종금사들도 공동보조를 취하지 않을 수 없어 정부가 선심쓰듯 내놓은 특융지원이 무산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김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