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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쟁력 강화 현안 외면…노사정 '따로 따로'
입력2004-09-15 17:33:40
수정
2004.09.15 17:33:40
최근 들어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이고 재계와 노동계도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현안 해결은 도외시한 채 갈등과 반목만 되풀이하면서 국가 전체가 사분오열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분열양상은 기업경쟁력을 위해서라면 노사정이 기꺼이 합심하는 유럽 등 외국의 경우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런 탓에 우리 국민들은 물론 해외투자가들도 노사정의 총체적 위기상황에 우려와 불안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현대중공업을 제명하고 서울대병원 노조를 징계하는 등 노동계가 노노갈등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산업노조연맹은 15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현대중공업 노조를 제명했다. 금속연맹은 “지난 2월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직원 박일수씨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분신 자살했을 당시 노조의 반조직적 행위와 열사투쟁정신 훼손, 영안실 난입 등이 징계사유”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금속연맹의 모태나 다름없을 정도로 한국 노동운동의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노동계 내부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노조원만도 1만9,000여명으로 금속연맹 전체 조합원의 11.6%를 차지할 정도의 대규모 사업장이다.
노병직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제명은 노동운동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현대중공업 노조의 대응과 행보가 노동계 안팎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 노조도 이날 중앙위원회를 열어 김애란 서울대병원 지부장의 징계안을 논의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 여름 산별합의안을 거부하고 파업을 지속해 보건의료 노조와 갈등을 빚어왔다.
노동계의 이 같은 노선투쟁에 따라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기업경쟁력, 나아가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국민적 기대는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재계는 출자총액제를 놓고 대립각을 더욱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재계는 특히 정부의 출자총액제 유지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하자 전국경제인연합회ㆍ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4단체 공동명의로 지난 10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전경련은 이어 13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출총제 유지논리를 정면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출총제가 기업투자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공정위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출총제 유지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노무현 대통령은 5일 “출총제가 기업투자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은 근거 없다”고 못박았고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11일 “기업들이 속마음과는 달리 출총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공정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증권집단소송제에 대한 정부와 재계의 시각차도 현저하다. 정부는 시장 투명화를 위해 이 제도의 원안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재계는 14일 전경련 등 5개 경제단체 공동명의로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부실회계에 대한 집단소송을 2년간 유예해달라”며 전에 없이 강도 높은 주장을 폈다.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국가경제의 발전과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주장하면서 공정거래법 개정,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등 일련의 경제개혁조치를 추진해왔다.
재계 역시 ‘국가경제 발전과 시장경제 활성화’라는 동일한 명분으로 정부의 경제개혁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자유시장’이라는 같은 명분으로 정부와 재계가 계속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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