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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산과 역사가 한곳에
입력2004-07-01 19:10:28
수정
2004.07.01 19:10:28
동강·서강·주천강 굽이굽이 애환 서린 비경
물과 산과 역사가 한곳에
동강·서강·주천강 굽이굽이 애환 서린 비경
단종의 애사(哀史)가 스며있는 강원도 영월. 이곳은 가장 한국적인 강들이 모여 있다. 동강, 서강, 주천강 등…. 백두대간을 가로질러 영겁(永劫)의 시간을 흘러 온 강물은 곳곳에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며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유유히 흐른다.
먼저 동강(東江). 동강은 오대산에서 발원한 오대천이 정선을 거쳐 영월 동쪽으로 내려오면서 이루는 강이다. 서강(西江)은 평창의 금당계곡 등을 굽이쳐 온 평창강 물줄기가 영월 서면에서 횡성 태기산에서 흘러내린 주천강(酒川강)과 만나 만드는 강이다. 두 강은 영월읍에서 합수, 수량을 불린 뒤 다시 크고 작은 지류들을 품으며 단양ㆍ충주 들판을 적시는 남한강 큰 물줄기를 이룬다.
동강은 래프팅(Rafting)으로 유명한 곳이다. 자동차를 타고 포장도로가 끝나는 섭세나루에 이르면 여기서부터 상류쪽으로 크고 작은 래프팅 코스가 이어진다. 오프로드 운행이 가능한 승합차를 보유한 래프팅 업체들이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내린천(인제)이나 경호강(산청) 등 다른 지역의 강보다 강줄기가 완만하고 유속이 느려 직장, 가족단위 래프팅 족들에게 인기다. 환경훼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수기 때에는 하루 1만 여명의 사람들이 몰리고 100여개의 업체들이 성업을 이룬다.
가장 인기를 끄는 코스는 문산나루터에서 출발해 어라연을 거쳐 거운리 섭세나루터에 이르는 13㎞(약3시간 소요) 코스. 훨씬 위쪽에서 출발하는 9시간짜리 코스도 있다. 강물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비오리와 수달 등 계곡의 주인공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문산과 섭세 중간에 있는 만지(滿池)는 옛날 뗏목꾼들의 애환이 스민 곳이다.
비가 오면 물이 많이 고인다 하여 이름 붙여진 이 곳은 그 옛날 뛰어난 미모에 아리랑까지 잘 불러 서울까지 소문이 자자했던 기생 전산옥(全山玉)이 살았던 곳이다. 뗏목꾼들은 수많은 죽음의 여울을 지나 서울까지 가야 받을 수 있는 쌀 8가마의 뗏목삯을 주저 없이 쏟아 부었다니……. 이 곳을 기점으로 강원도 일대에서 채취한 소나무 뗏목은 1960년대 초 태백선 열차가 놓일 때까지 단양, 충주를 지나 서울 광나루, 삼개(마포) 등지로 가 목재로 쓰였다.
요선암(遙仙岩)과 요선정(亭)은 주천강의 경치를 말할 때 가장 먼저 꼽는 명소다. 강으로 내려서면 강에 깔린 바위자락이 물결처럼 일렁이는 듯한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신선들이 놀았다는 지명이 결코 헛말이 아니다.
각양각색의 바위들 사이로 오랜 세월 물살에 씻겨 잘 다듬어진 욕조 같은 웅덩이들도 여기저기 널려 있다. 요선암 뒤에 있는 소나무 숲길을 오르면 절벽 끝에 작지만 아름다운 정자 요선정이 있다. 근처엔 자신을 돌봐준 주인을 잊지 않고 3년간 묘소를 지켰다는 호랑이를 기린 의호총(義虎塚)이 눈길을 잡는다.
서면 선암마을 주변엔 한반도 지도를 꼭 닮은 특이한 지형이 펼쳐져 있다. 주천강과 평창강이 만나기 직전, 평창강이 심하게 굽이치며 만들어 낸 이 곳은 잠시 굽어보고 있노라면 마치 하늘에서 한반도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동해안쪽은 높은 절벽지대를 이루고 서해안쪽은 완만한 경사로 이뤄진 모습이 영락없는 한반도 형상 그대로다. 서해안쪽의 모래톱은 물 흐름에 따라 해마다 면적이 넓어지고 있어 마치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서강이 만든 경관 중에는 선돌이 압권이다. 서강을 따라 영월읍 쪽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이 곳은 절벽에서 금방 떨어져 나온 듯한 커다란 뾰족바위가 멀리 굽이치는 강을 배경으로 서 있다. 까마득한 강줄기를 배경으로 유유히 비상하는 매 한 마리는 선돌의 신비감을 더해 준다. 이곳 저곳을 돌다 구경하는 일에 지쳤다면 아무 강가에나 내려 잠시 쉬었다 가도 좋다.
졸졸졸 여울을 이루며 흐르는 수심이 얕은 곳을 찾아 느릿느릿 기어가는 다슬기를 잡거나 피라미, 모래무지, 꺽지, 쉬리, 퉁가리 등 물고기들을 쫓다 보면 어느새 하루 해가 훌쩍 넘어 간다. 보호어종이나 보호구역 등은 피하고 투망이나 밧데리 등 금지된 어구 사용만 자제할 줄 안다면 영월의 강들은 영원히 우리 곁에 머룰 것이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입력시간 : 2004-07-0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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