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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자 만한 확실한 자본확충 장치 없다"

은행 신주발행때 할인율 높여주기로<br>후순위채 등 재무건전성 높이지만 "부채성" <br>일반공모 할인율 30→50%등 조정 가능성<br>주식가치 희석 우려 기존 주주 반발도 예상


금융위원회가 은행에 한해 증자시 할인율을 높이기로 한 것은 자본금만큼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한 확실한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채권 등 신종증권이나 후순위채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으나 이는 부채성 자본으로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완전한 자기자본인 자본금 증액으로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는 게 절실하다는 현실의 다급함이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증자 여부는 은행들이 스스로 결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주식가치 희석 등을 우려한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은행, 부채 22% 늘어날 때 자본금은 0.5% 증가=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대출 등 외형자산 경쟁에는 열심이었지만 자본금 증액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최근 1년간 외형확대 경쟁에 나서면서 부채가 22.1% 늘었다. 반면 자본금은 이 기간 동안 고작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액으로 보면 일반 은행 부채는 1년 새 901조원에서 1,100조원으로 급등했으나 자본금은 21조3,000억원에서 21조4,000억원으로 1,000억원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산정시 기준이 되는 자기자본에는 자본금 외에도 신종증권ㆍ후순위채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은행들은 증자보다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 증액에 열심이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후순위채 등 채권 발행에 주력했을 뿐 자본금을 늘리는 데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따라서 이제 은행 자본확충 펀드와 별개로 시중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30%로 돼 있는 일반공모 할인율을 50%로, 10%로 돼 있는 제3자 배정을 30% 정도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보다 인상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 환영 분위기, 소액주주 반발은 문제=은행권은 정부의 증자 할인폭 확대 추진 방침에 주식시장에서의 자본확충 기회가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모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고위 관계자는 “선진국은 시장에서의 증자를 최대한 돕기 위해 유상증자시 할인율 제한을 하지 않고 상장사가 자율적으로 증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국내도 할인율 제한폭이 확대된다면 보다 자유롭게 증자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국민ㆍ신한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현재 금융지주사를 통한 은행 증자, 은행의 하이브리드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내년도 실물경기 급랭에 따른 금융부실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기존 주주들이 책임을 지고 대비책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주주 증자의 시기와 규모에 대해 면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그동안 증자시 기준가에 대한 할인율 제한폭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할인폭이 높은 상장사는 그만큼 재무상태 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당국이 할인율 규제를 대폭 풀어줄 경우 이 같은 시장에서의 따가운 시선이 잦아들 수 있고, 따라서 공개시장에서 보다 용이하게 증자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반응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식 발행물량 증가, 주가 하락 등에 따른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할인율을 상향 조정하게 되면 증자 여부는 은행이 자체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소액주주 반발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해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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