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계 카드사들이 공격적으로 카드대출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주된 먹거리인 신용판매시장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및 경기부진 등의 여파로 위축되자 카드대출 확대를 통해 수익성 보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규 트렌드로 떠오른 체크카드 부문에서조차 경쟁력이 뒤처지는 재벌계 카드사들이 대출사업에 열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업'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자 '고리대금업'이라 할 수 있는 카드 대출로 만회하고 있는 셈이다.
1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ㆍ국민ㆍ삼성ㆍ현대ㆍ롯데ㆍ하나SKㆍ우리카드(BC카드 제외) 등 전업계 카드사들의 올 2ㆍ4분기 카드대출(카드론ㆍ현금서비스) 규모는 22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20조원) 11%가량 증가했다.
반면 은행계는 5조4,000억원에서 올 들어 3조9,000억원으로 27.8% 하락했다.
이 같은 현상은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전업계 카드사들이 대출 장사에 목을 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판매가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여전사가 할 수 있는 카드 대출은 그나마 수익사업이 된다"고 했다.
특히 삼성ㆍ현대카드 등 재벌계 카드사들의 공세가 거세다.
삼성카드는 올해 6조4,357억원의 카드대출을 취급해 지난해 말(12조6,399억원)의 51%를 이미 넘어섰다. 현대카드도 카드대출을 5조3,776억원 취급했는데 이는 지난해 말(10조5,744억원)의 절반을 뛰어 넘은 수치다.
통상적으로 카드사들의 대출사업 부문은 하반기로 갈수록 총량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할 때 상반기 재벌계 카드사들의 공격적 영업이 확인된다. 더욱이 삼성ㆍ현대카드는 20% 이상 고금리를 받는 고객 비중이 다른 카드사에 비해 높다.
은행계열 전업 카드사 중에서는 하나SK카드가 상반기에 2조941억원을 취급해 지난 한 해 대출 취급액의 53%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ㆍ롯데ㆍKB국민카드 등은 카드대출 규모 지난해 말보다 줄어들었다.
카드 업계의 상반기 순이익이 예상보다 선방한 것도 대출사업을 확대한 결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95억원 감소했는데 주식매각이익, 국민행복기금 채권매각이익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할 경우 경상적 이익은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고 말했다.
카드 업계에서는 카드대출 시장이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대출규모 확대에 큰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여전히 고금리 장사를 한다는 점에서 카드론ㆍ현금서비스 취급 확대는 여전히 문제가 된다.
전업계 카드사들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2ㆍ4분기 기준 12.41~20.64%로 분포돼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만큼 개인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집단도 없다"면서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카드론ㆍ현금서비스를 20%가 넘는 금리로 책정한 것은 여전히 고금리 장사를 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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