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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기행

밤새 봄이 오는 꿈을 꾸어서일까. 평상시보다 일찍 눈을 뜬 새벽, 늦은 겨울비에 젖은 도심을 벗어나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원스레 뚫린 서해안 고속도로는 멀게만 느껴졌던 남도의 소읍들을 짧은 시간 안에 닿게 해 준다. 정말로 남도는 황토색 일색이었다. 겨울비에 축축히 젖은 낮은 산야는 벌건 흙빛을 그대로 드러내 놓고 있다. 지질학적으로도 이곳은 중부 지방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란 추측을 가능케 해 준다. 고난과 저항의 땅 쯤으로 알고 있던 이 곳의 속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와 지방도를 선택한 덕분이었다. 낮은 구릉 위에 비쭉이 솟아 있는 월출산을 돌아 멀리 푸릇푸릇 산록을 덮고 있는 차밭을 지나면 한반도의 끝지점에 있는 전남 강진군에 닿는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깊게 패인 도암만을 품고 있는 강진은 동쪽으로는 탐진강이 넓은 평야를 형성하며 남쪽으로는 굴곡이 심한 해안선과 넓은 간석지가 펼쳐진다. 무위사 근처의 차방에서 마시는 향긋한 세작차는 몸을 녹이기에 좋다. 무위사는 규모는 작지만 세종(1430)때 지은 단촐한 맞배지붕 양식의 극락보전(국보 제13호)이 인상적이다. 강진은 과연 문화재의 보고라 할만하다. 조선시대 개혁사상가 다산 정약용의 체취가 살아 있는 그의 초당과 일제시대 낭만파 시인 영랑 김윤식의 생가가 이곳에 있다. 대구면 일대에는 고려시대 청자를 굽던 도요지가 흩어져 있고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청자기와도 이 곳 출토다. 강진읍 일대에는 향교와 금곡사, 옥련사 등의 유적지가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백련사와 수암서원과 조선시대 전라병영이 있던 자리도 찾을 수 있다. 전라병영은 조선말 제주도에 표류해 왔던 네덜란드의 하멜 일행이 압송돼 8년여 동안 옥고를 치루던 곳이다. 영랑에 대한 기억이 새롭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같이 풀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란 시는 이 곳 그의 집 돌담길이 소재인듯 하다. 그의 집 앞마당을 거닐 때에는 서울을 오가며 문학활동을 할 당시 가끔씩 고향에 내려와 그의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다산초당이 있는 만덕산 기슭에서 바라 본 도암만 일대는 봄기운을 잔뜩 머금고 있다. 들녘 곳곳에는 이른 봄 나물을 찾는 아낙네들의 모습도 보인다. 도암만을 거슬러 귀경길에 올랐을 때는 늦은 저녁 안개가 뿌옇게 피어 있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려야 한다는 영랑의 말이 아니더라도 멀리서 농악을 치며 지신밟기에 나선 흥겨운 대보름 행렬을 보며 봄이 문득 우리 곁으로 다가와 있음을 느낀다. 여행메모 ◇도로=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목포 IC에서 4차선 2번 국도를 타고 영산강 하구둑을 지나 1시간 정도 달리면 강진읍에 닿는다. 호남고속도로에서는 광산 IC에서 빠져 나와 13번 국도를 타면 광주와 나주를 거쳐 2번 국도와 만날 수 있다. 부산쪽에서는 남해안 고속도로와 2번 국도를 타면 광양~순천~벌교~보성~장흥을 지나 강진에 들어갈 수 있다. ◇대중교통=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1시간 간격으로 서울~강진간 고속버스를 운행하며 5시간 20분정도 소요된다. 부산에서도 30분 간격으로 고속버스를 운행하며, 광주에서는 20분 간격으로 고속버스를 운행한다. 강진읍에서는 수시로 운행되는 군내 버스를 이용하여 다산초당, 청자도요지, 무위사 등에 닿을 수 있다. ◇숙박=강진읍에는 플라워모텔(061-434-6606), 벨라지오(433-0570), 금산장(433-3834), 강진모텔(434-8816) 등 다수의 장급 여관들이 있다. 낚시꾼들이 자주 모이는 마량지역에는 등대장여관(434-9006), 바다모텔(432-8818)등이 있고, 대구면에는 청자골민박(434-8445) 등 민박집을 이용할 수 있다. ◇식당=남해안 특유의 짱뚱어전골 등 해산물을 이용한 음식이 이채롭다. 고즈넉한 두채의 한옥으로 지어진 청자골 종가집(061-433-1100)에서는 8만~25만원(4인기준)짜리 한정식을 내오며, 해태식당(434-2486), 동해식당(433-1180), 향촌식당(433-9645)에서도 맛깔스런 향토음식과 해산물 요리를 제공한다. ◇문의=강진군청 문화관광과 (061)430-3223, 430-3313 <강진=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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