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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뉴스타트 뉴코리아] (5)성장 통한 분배 확대
입력2003-01-07 00:00:00
수정
2003.01.07 00:00:00
권홍우 기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철학은 `성장을 통한 분배`로 압축된다. 임기중 연평균 7%대씩 성장하고 2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게 구체적인 목표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잠재성장률이 5%대인 경제여건에서 7%를 넘는 고성장은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일자리 250만개는 경제가 연간 10%씩 성장해야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과 분배`의 조화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선거기간중에는 성장보다는 분배가 강조된 측면이 강하지만 이제는 현실로 돌아와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런 맥락에서다.
◇설득이 필요하다=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 직후 `대통령이 바뀌는 만큼 노동계도 변화할 것`을 당부했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노동계에 관심이 많았던 자신을 믿고 지원해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나오는 경제정책의 근간을 살펴봐도 당선자의 경제정의 실현의지를 강력해 보인다. 재벌의 구조조정본부 해체, 완전포괄주의 조세정책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분배를 중시한다는 공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힘을 받으려면 노동계의 협조가 필수 조건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가장 불안해 하는 것도 노사관계인 점에 비추어 노사평화라는 암묵적 합의가 없을 경우 새 정부가 추진하는 신산업 육성,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 도약, 북방 특수 등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취임초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노조는 물론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자본도 설득의 대상=간과하기 쉽지만 국민적 합의의 대상에 외국자본이 포함되는 것도 물론이다. 선거 직전인 지난 17일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경제의 흥망이 이번 대선에 달렸다`며 `DJ정부의 개혁을 승계할 수 있는` 노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싫든 좋든 이미 우리 경제의 주요 성장동력이 돼버린 외국인투자자들은 외환위기후 지속된 한국의 구조조정을 높게 평가하는 동시에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뜻이다. 최용식 21세기 경제학연구소장은 “DJ정부의 경제정책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노무현 정부의 경제업적은 성공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외국자본의 이해와 국민 또는 노조의 이해가 충돌할 수 있다. 양자를 어떻게 조화시키고 설득시키는가에 새 정부의 경제성적표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성장의 신동력의 찾아라=새로운 성장의 동력은 부패고리 단절과 안정적 노사관계 확립, 동북아비즈니스 중심지 구상 현실화ㆍ북방특수, 지방경제 활성화 및 신산업 육성으로 요약된다. 대통력직 인수위원회의 핵심관계자는 “남미의 사례에서 보듯이 부패고리를 끊으면 잠재성장률에서 0.5%의 추가성장이 가능하고 노사분규에 따른 손실을 줄이면 0.5∼0.6%의 성장 효과가 있다”며 “여기에 동북아시아 비즈니스중심지 개발로 0.6∼0.7%, 지방경제 활성화를 통해 0.2∼0.3%의 성장이 추가로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노 당선자가 취할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국민과 노조의 협조로 이 같은 정책을 펼치면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완전포괄주의 세제 등 세제 개혁, 재벌 개편으로 경제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몇 가지 우선실시될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후 본격적인 분배에 나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우선순위를 설정하라=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찾는 우선순위를 어떻게 가져갈까. 일단 정치개혁이 예상된다. 노 당선자 중심의 정치판 새틀짜기라는 정치적 목적 뿐만 아니라 경제과제를 수행해내기 위한 복합목적에서다. 정경유착 고리 차단, 고비용 정치구조 파타와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재벌정책이 합쳐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노사안정. “나도 변화하겠지만 노동자들도 변할 필요가 있다”는 노 당선자의 발언이 주목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노동계의 양보를 얻어낸다면 경제는 폭발적인 성장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부상, 북방 특수, 여성인력 발굴, 지방경제 활성화의 효과가 더해질 수 있다. 하지만 무엇하나 쉬운 게 없다. 경제발전을 위한 경제주체들의 암묵적 합의가 중시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분배의 핵심` 250만개 일자리 가능할까
과연 7%대의 성장이 가능할까.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 250만개 창출 공약은 지켜질 수 있을까. 노 당선자가 생각하는 분배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이 같은 공약은 핵심중의 핵심이다. 분배하려면 무엇인가 있어야 하고 일자리를 만들려면 경제가 고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의 진단은 일단 부정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예상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5.3%. 잠재성장률도 5%대 수준이다. 또 일자리 250만개를 위해서는 연간 10%대의 경제성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재경부 당국자은 “이만한 성장률은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을 써야 하지만 현재의 중립기조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7%대 성장은 중장기에 걸쳐 경제의 기초여건을 튼튼하게 하지 않고는 어려울 것”이라며 “고성장 정책을 쓸 경우 물가를 압박,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노 당선자 진영에서는 달성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성장률 공약 등 핵심정책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유종일 KDI 국제대학원교수는 “내년 세계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 어렵게 보이지만 적극적인 고용창출과 여성취업 지원 등 성장지향적 분배 정책을 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강봉균 민주당 의원은 “임기내 평균 7%를 달성하겠다는 뜻으로 여성인력 및 동북아특구 등 최선을 다해 성장동력을 가동하면 가능하다”고 풀이했다.
특히 노당선자 진영에서 기대하는 것은 새로운 성장 모델이다. 지금까지 고성장은 노동계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해 왔지만 분배 정의의 실현, 일자리 확대 등 새로운 요소가 투입될 경우 이전과 비슷한 성장률을 기록한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성장탄력은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패추방이 중장기적으로 커다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노 당선자가 인사 등의 청탁을 강력하게 경고한 것도 공정한 룰을 중시하겠다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것”이라며 “공정한 시장 질서가 확립될 경우 노사 평화가 이룩되고 외국자본의 한국 투자도 늘어나 결과적으로 고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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