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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공시 여전히 어렵네요"

‘향후계획’ ‘예측치’등 대상 규정 애매한 표현 수두룩<br>내달 시행5년째 불구 공시담당자도 헷갈려<br>협회에 관련 문의전화 하루50~60건 쇄도<br>업계“더 뚜렷하고 명확한 규정 만들어야”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인 N증권사의 A사장은 올 초 의도하지 않은 말실수로 곤욕을 치렀다. 취임 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본금 확충계획과 관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게 문제였다. 인터뷰 기사가 나가자마자 바로 증권선물거래소는 조회공시 주문도 없이 N사에 전화를 해 “공시 위반이니 대표이사 사유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다급했던 N사는 부랴부랴 해당 내용을 공정 공시했고 거래소에도 “보도 목적의 취재에 응했을 뿐”이라고 읍소, 공시 담당자 명의의 사유서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일을 마무리 지었다. 코스닥 기업인 E사는 최근 해외 한 정보통신업체와 서비스 공급 양해각서(MOU)를 맺고 해당 내용을 공시했다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수모를 겪었다. 상대업체가 실적부진을 이유로 갑자기 계약을 취소한 탓에 공시내용을 번복해서다. E사 관계자는 “차라리 본계약이 체결된 후에 공시를 했어야 했다”며 “공시대상이 워낙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다 보니 웬만한 내용은 앞뒤 안 가리고 공시할 수 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투자자 이익보호를 위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도입된 ‘공정공시제도’가 오는 11월이면 시행 5년차에 돌입하지만, 일선기업 공시 담당자들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김준만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 회원지원팀장은 “지금도 일평균 70~80건의 공시상담 전화가 오고 있다”며 “주총시즌이라도 되면 전화통화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공시전담팀을 두고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상장기업 모임인 상장회사협의회에도 하루 평균 공시 관련으로 걸려오는 문의전화가 50~60건에 달한다. “이러이러한 사안이 공정공시 대상이냐는 질문이 대부분”이라는 게 담당자의 말이다. 기업 공시 담당자들이 꼽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공시위반 해석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자의적인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향후계획’, ‘예측치’, ‘등’와 같이 대상규정 자체가 애매한 표현들로 구성돼 있어 어디까지가 대상인지 판단이 힘들다. ‘보도목적의 취재는 공정공시 제외’라고 하면서도 특정사안이 언론을 통해 먼저 보도되면 위반으로 처리되는 일도 잦다. 먼저 제도를 도입한 미국은 언론을 아예 정식 공시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는 점과 사뭇 대비된다. 공시위반 처벌규정이 점점 강화되는 것도 기업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이다. 최근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2단계 제로베이스 금융규제 개혁’방안에 공시 위반 기업에 영장 없이 계좌추적을 하겠다는 방안을 담았던 것으로 알려져 원성을 샀다. “당장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당근보다 채찍을 강화한다는 흐름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악재를 숨이기 위해 공정공시를 악용하는 기업도 문제지만, 규정 자체도 좀 더 뚜렷하고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예 미국처럼 공정공시 적용범위에 대한 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대신 투자자 피해에 대한 책임은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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