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자원개발 투자 GDP 2%는 돼야" <br>노민기 <노동부 고용정책본부장><br>정유진 <산업인력공단 인력개발이사><br>어수봉 <한국기술대학교 교수><br>이재실 <볼보코리아 교육센터 원장>
| 사회 : 이현우 <본지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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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로 인한 산업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반면 고령화 사회 진입은 가속화하면서 근로자는 물론 노동 가능 인구의 직업능력개발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정한 11월 직업능력개발의 달을 맞아 전문가들을 초청, 이 사업의 중요성과 개선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사회=정부가 올해 직업능력개발의 달을 맞아 내건 ‘직업능력이 희망이다’는 슬로건은 직업능력의 중요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우선 직업능력 개발의 중요성부터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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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민기 본부장=최근에는 변화에 잘 적응하는 기업과 사람은 부유해지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낙오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핵심은 경쟁력인데 국가, 기업, 근로자의 경쟁력 원천은 사람이다. 사람의 능력 개발이 그 기업과 국가, 사회의 경쟁력을 만든다.
이런 점을 감안해 지난 97년부터 11월을 직업능력개발의 달로 정하고 중요성을 일깨우는 행사들을 하고 있다. 또 우리 나라 노사관계가 아직도 대립적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근로자의 능력개발을 통해 기능적 유연성을 높이고 나아가 고용안정, 근로조건 개선, 생산성 향상,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것은 노사간에 윈윈할 수 있는 중요한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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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봉 교수=국가사회적인 큰 틀에서 직업능력개발의 역할은 세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첫째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력의 확보다.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등이 발전하고 과거와 달리 지식산업 시대가 되면서 기술력이 기계에 체화되는 게 아니라 인간에게 인간의 두뇌에 체화되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황우석 교수의 난자에서 채취하는 기술이다.
두번째는 현장의 생산기술로 이는 중국과의 관계 속에서 더 중요하게 부각된다. 생산기술면에서 중국이나 인도 등 경쟁국가와 비교해 계속 앞서나가야 하는 데 이것을 담보하는 것이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이다.
세번째는 사회통합기능인데 노사관계 뿐 아니라 사회 계층간 노동시장 취약계층, 청년실업자 등 전반적인 사회통합을 해낼 수 있는 정책수단의 역할도 될 수 있다.
-사회=직업능력의 중요성에도 직업능력개발 사업은 그렇게 활발하지 않은 느낌이다. 현재 우리의 실태는 어떻고 문제점은 무엇인가.
▲어=우리 나라 전체의 인적자원개발(HRD) 투자규모가 적정한지를 살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직업능력개발이 잘 되는 국가들은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을 투자하고 있지만 우리 나라는 0.5% 정도로 전문가들이 추정하고 있다.
두번째는 투자의 불균형 문제가 있다. 우리 나라는 자신을 위한 투자가 학창시절에 집중돼 있다. 90% 정도가 대학과 대학원에 집중돼 있지만 취업 후 투자는 10%에 불과하다. 선진국은 이것이 5대 5 정도다.
또 다른 불균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다. 그리고 지역과 산업별 불균형이 존재한다. 한국은 중앙정부가 근로자와 기업에 직업 사업을 제공하는 시스템이어서 산업협의회나 지역협의회 등의 역할이 미미하다. 이 때문에 정부 정책이 현장에 효율적으로 시행되지 못하는 직업능력개발 시스템의 문제가 많다. 기업과 근로자 등 실제 수요자들을 어떻게 능력개발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느냐는 것이 최대 과제다.
-사회=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은 무엇인가.
▲노=정부 정책 방향은 투자 확대인 데 기업의 투자유인을 높이도록 정부의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기업의 직접훈련비를 지원하는 사업 위주에서 직업훈련비 뿐 아니라 훈련사업에 대한 간접투자도 지원, 기업의 훈련투자를 촉진하고자 한다.
두번째로 정부의 훈련프로그램 전달방식이 기업을 매개로 하고 있어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근로자 주도의 직업능력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 근로자에게 정부가 직접 수강비를 지원한다든지 일정기간 중소기업 근속자의 대학 지원시 학자금을 주는 개인훈련계좌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영세자영업자들에게는 정부가 직접 상담을 통해 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세번째로 서비스 위주의 경제시스템에 맞춰 사업을 다양화해 손재주 뿐 아니라 지식근로자로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겠다.
네번째로 거버넌스를 중앙집권형에서 지역, 업종 중심으로 업종이나 지역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지자체, 업종협의회 등의 참여를 확대하는 분권화, 지방화하는 것이 큰 정책 방향이다.
-사회=직업훈련사업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문제에 대한 지적이 많은데 중소기업 직업훈련의 실태는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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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이사=2004년도 고용보험 수급대상 직업훈련 참여율은 300인 미만은 8%인 반면 300인 이상은 77.7%였다. 중소기업의 훈련 참여율이 대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은 그 만큼 투자가 낮기 때문이다.
▲이재실 원장=중소기업 직업훈련 실태는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 나라 중소기업이 전체의 99.8%인 299만개로 종사자는 87% 1,050만명 정도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성은 대기업의 34.1%에 불과해 직업능력개발이 절실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훈련비의 상당부분을 중소기업이 부담한다는 점이 문제다. 훈련 장소가 먼 것도 부담이어서 사업 참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2002년 하반기부터 중소기업 컨소시엄 직업훈련을 통해 참여기업과 근로자수가 늘어나고 있다.
-사회=중소기업의 경우 우수인력 확보경쟁에서 대기업보다 열세일 수밖에 없는데도 직업훈련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정=가장 큰 원인이 대기업에 비해 조직 규모가 작다 보니 업무 공백으로 인해 대체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직업능력개발보다 목전의 생산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경영자들의 관심이 적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전담인력이 적어 교육훈련 담당자들의 전문성이 결여돼 있고 근로자들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제반 상황을 봤을 때 경영자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눈 앞의 이익보다는 앞을 내다보고 근로자의 직업능력 향상을 위해 교육을 하려는 자세가 절실하다.
▲이=중소기업 대표들의 의견을 조사해보면 중소기업에서 교육훈련이 잘 안 이뤄지는 첫번째 원인은 인력구조가 취약하다보니 훈련을 위해 빈 자리를 채워넣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눈 앞의 이익을 중시하다 보니 자리 비우는 것을 두려워하고 타성에 젖은 점도 있다.
세번째는 교육 후 근로자가 자신의 기술이 향상됐다며 급여인상을 요구하고 이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이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네번째는 자기 회사와 맞는 훈련이 어디서 이뤄지는지를 잘 모른다는 답변이었다. 근로자들은 교육을 꺼리는 원인으로 첫째는 ‘여기서 내가 더 배우면 뭐하나’‘내가 이 나이에 배우면 뭐하나’라는 이유를 들었다. 근로자들은 다른 한편으론 배우고 싶어도 사장이 허락해 주지 않는다거나 사장이 훈련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어=중소기업에서 훈련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전세계 공통의 문제이며 중소기업이 하는 역할이 미미한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중소기업 근로자가 직업훈련을 잘 받고 있는가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어느 나라도 훈련의무를 중소기업에 준 나라는 없으므로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기업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훈련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 더 핵심적이다.
-사회=경영자나 근로자의 성취동기가 없다면 정책적인 유인책을 내놔야 하는데 정부의 정책과 문제점을 검토해보자.
▲노=정부 정책도 앞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에 맞춰 펼치고 이런 방향에서 보완하고자 한다. 비용문제와 관련 정부가 100% 환급하는 시스템인데 단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실 훈련비에 대한 실태조사를 매년 벌여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시간을 내지 못하는 근로자에게는 찾아가는 훈련 즉 이동식 직업훈련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또 일과 후 훈련을 활성화하기 위해 e러닝을 확대하고 주말이나 야간 훈련과정에 근로자 참여를 높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수강지원금제도를 활성화하고 다양화하는 한편 현실적인 단가를 지원하겠다. 규모의 경제와 관련해서는 중소기업 직업훈련 컨소시엄을 확대하고자 한다.
대기업이나 대학, 공공훈련기관과 중소기업 또는 중소기업 상호간에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시설, 장비 등을 갖추면 정부가 대폭 지원하고 있는데 호응이 좋다. 지난 3월달에 스웨덴에서 열린 OECD 평생학습 국제회의에서 성공사례로 발표되었고 근로자나 기업주의 만족도가 90%를 넘어서고 있다.
▲정=산업인력공단은 e러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공단에서도 홈페이지(cyber.hrdkorea.or.kr, jbs.hrdkorea.or.kr)에서 동영상과 인터넷 훈련을 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필요한 시간에 아무 때고 볼 수 있어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
최근 직업박람회를 다녀봤더니 2~3년 내에 모바일 훈련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없는 이들이라도 의욕만 있다면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001년부터 HRD 진단평가 사업을 하고 있는데 5년간 61개업체를 실시, 교육방법이나 평가, 배분 등을 컨설팅해주고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도록 하고 있다.
▲어=교육훈련이나 e러닝은 스승이 있어야 한다. 제대로 지도해주는 스승이 있어야 하고 스승과 만나는 장소가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 곳이 있는가 묻고 싶다.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매우 취약하다. 이 부분이 취약하므로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보다는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쉽게 직업능력개발사업을 전달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전국에 있는 공공훈련기관의 역할이 중소기업 근로자를 도와주는 것으로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대학들이 직업교육, 직업능력개발에 맞춰져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스승과 장소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우리의 훈련제도는 67년에 도입돼 28년째 운영돼와 운영제도나 방법은 선진화 돼 있다. 그러나 몇가지 개선 방안을 보자면 우선 진입이 쉬워야 하는데 직접 대면 교육을 받는 집체훈련이 좋긴 하지만 원격훈련이 필요하다면 이를 별도로 진행하거 병합해서 하는 형태를 개발해야 한다.
멘터링이나 현장연수(OJT)제도를 통해 선배나 직장문화에서 배우는 교육방법도 제도화해 활성화한다면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도임이 될 것이다. 유급훈련제도나 현장훈련 수당을 주는 사업의 경우 최소 교육기간이 7일로 돼 있는데 이를 더 단축해야 한다.
또 재직근로자 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신규진입자들을 위한 교육에도 훈련비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금년 7월부터 현장훈련비 지원을 20%에서 40%로 늘렸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마지막으로는 행정절차가 더 간소화돼야 한다. 서류를 잔뜩 마련해서 지원금을 받는 현행 시스템을 워크넷 같은 전산망을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사회=직업훈련 활성화를 위해서는 노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사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노=전체적으로 관리 중심으로 부정을 막기 위한 행정절차가 오히려 사업지원을 규제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나라고 반성하고 있다. 앞으로는 행정을 간소화하고 정보제공, 훈련수요자에 대한 상담 중심으로 바꿔나가겠다. 전체적으로 국민이나 노사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경쟁력의 원천은 사람이라는 부분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기업의 지원 부족을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보다 나은 삶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정부의 노력을 적극 활용해 근로자가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바란다.
앞으로 고용정책은 중앙차원이 아니라 지역차원에서 노사가 참여해서 이뤄져야 한다. 내년에 이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소요예산도 반영하고 있는데 지역 차원의 노사정 파트너십 형성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사회=보다 많은 사람이 더 많이 참여하는 시스템 구축이 핵심인데 시스템을 좀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더 많은 정보제공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직업능력개발사업도 원스톱 시스템이 구성됐으면 한다. 또 정보화, 고령화 등을 고려해 그에 맞는 질적인 교육훈련을 덧붙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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