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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말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회의실. 이른 아침부터 때아닌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한창 글로벌 무대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던 K팝을 더욱 발전시킬 방안으로 K푸드와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이벤트를 마련해보자며 임직원들이 머리를 맞댔다. 당시만 해도 음악과 음식을 연계한 기획행사를 놓고 내부에서조차 무리수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CJ그룹 전 계열사 임직원의 아이디어가 하나씩 더해지면서 서서히 밑그림이 잡혀갔다.
식품과 문화를 연계한 CJ그룹의 '무모한 도전'이 글로벌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개최 4년 만에 최초를 넘어 글로벌 최대 규모의 한류 플랫폼으로 성장한 KCON이 바로 주인공이다. CJ그룹의 20년 문화콘텐츠 역량을 쏟아부은 KCON은 단순한 한류행사를 넘어 음식·뷰티·관광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막강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한류 경제학'의 첨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2년 미국에서 열린 첫 KCON 행사에는 1만명의 참가자가 몰렸다. 많아야 5,000명 안팎을 예상했던 CJ는 기대 이상의 성과에 힘입어 이듬해에는 행사 규모를 더욱 키워 2만명을 끌어모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KCON의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행사 때는 4만2,000명이 운집했고 지난달 막을 내린 올해 행사장에는 9만명의 관객이 몰렸다. 도입 4년 만에 10만명의 인원을 한자리에 끌어모으는 초대형 글로벌 이벤트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올해는 4월(일본), 7월(LA), 8월(뉴욕) 등 행사장을 확대하고 부대행사도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했다. 각종 한류 스타가 총출동하는 '엠카운트다운 콘서트'를 메인 행사로 꾸리고 국내 중소기업 박람회, K푸드 시식회, K패션 전시회 등을 부대행사로 곁들였다. KCON이 글로벌 한류 플랫폼으로 변모하자 미래창조과학부도 10여개 정보기술(IT) 기업이 참여하는 'K-ICT 드림존'을 별도 부스로 마련하고 지원에 나섰다.
CJ그룹의 KCON은 민간기업과 정부기관을 통틀어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던 한류 전시회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식품과 문화를 연계한 하이브리드 마케팅은 서로 다른 산업을 체계적으로 조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마케팅학계의 연구대상으로까지 떠올랐다. 20년 전 글로벌 영화제작사 드림웍스에 3억달러를 투자할 때 '설탕회사가 무슨 문화사업을 하느냐'는 핀잔을 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 위상이 달라진 셈이다.
KCON이 한류 경제학의 선봉에 설 수 있었던 데는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에도 좌절하지 않고 문화콘텐츠 사업을 밀어붙였던 CJ의 우직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창조'와 '열정'을 핵심 가치로 내걸고 문화산업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누구보다 일찍 발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하면 장사꾼이고 아무도 가지 않은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기업가"라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영철학 역시 동기를 부여했다.
문화콘텐츠 사업의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시장조사 업체 PWC에 따르면 2013년 글로벌 문화콘텐츠 시장은 1조7,940억달러를 기록했고 향후 매년 5.6% 성장해 오는 2017년 2조3,5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단일 산업군으로는 반도체·휴대폰·자동차 등을 모두 넘어서는 규모다. CJ는 앞으로 KCON 행사를 유럽과 남미 등 지구촌 곳곳으로 확대하고 규모도 더욱 키워 명실상부한 글로벌 한류 플랫폼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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