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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에 부담” 현실론에 방향선회/「고용허가제」 백지화 배경

◎외국인근로자 인권침해방지등 다시 과제로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정부의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 도입이 백지화 쪽으로 급선회 되었다. 고용허가제 도입 추진의 양대 축인 재정경제원과 노동부는 현재 청와대와 신한국당의 백지화 결정방침에도 노동3권 보장을 부분적으로 제한하고 임금 역시 중소업계에 부담이 가지 않는 수준으로 조정하는 등 절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재경원과 노동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여진에 불과하며 공신력 문제를 어느정도 커버하기 위한 모양새 갖추기라는 게 정부 주변의 시각이다. 지난해 9월 신한국당의 이재오의원등이 의원입법 형태로 외국인근로자고용법(안)을 발의하면서 수면위로 떠오른 고용허가제는 이로써 10개월에 걸친 논란끝에 무대위에서 사라지게 됐다. 당초 외국인력의 관리효율을 명분으로 출발한 고용허가제가 예상외의 파괴력을 갖고 핫 이슈화된 것은 인권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외국인근로자고용법(안)이 발의될 당시는 외국인산업연수생 도입을 둘러싼 조선족 사기피해가 촉발돼 기존 외국인산업연수생제도(이하 연수생제도)에 대한 일반의 시각이 험악해졌을 때다. 또한 산업연수생을 활용하고 있는 일선 연수업체에서도 임금체불·구타 등의 행위가 연이어 발생, 인권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고조됐다. 지난 6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빗대 『눈물섞인 빵으로 배를 채웠던 것을 생각해야 한다』 『올챙이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들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인권을 둘러싼 이같은 분위기는 경제정책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비화시켰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련의 문제 제기는 정서를 기초로한 사회복지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외국인력의 효율관리란 당초 명분을 희석시킴은 물론,『지금 때가 어느때인데 그런 말을 하느냐』는 현실론적 반발감을 불러왔다. 실제 올 연초부터 터진 한보, 삼미 등 대기업의 연쇄부도와 도미노 현상처럼 확산되는 중소기업 대량부도는 「경제가 우선」이라는 자연스런 공감대를 형성시켰다. 특히 전경련등 재계는 물론 정부 부처내에서도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제기됐는데, 일부에서는 정부 부처간에도 의견이 엇갈린 것이 고용허가제 도입 좌초의 결정적 요인이 될것 이라고 분석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정부고위층이 정부의 공신력 훼손이라는 부담에도 고용허가제 도입을 백지화 하기로 방침을 선회한 것은 이같은 현실론에 무게를 실어준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와관련, 일부에서는 청와대와 신한국당이 시민단체의 압력보다는 중소업계를 비롯한 재계에 정치적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으나 현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사족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어쨌든 고용허가제 도입이 백지화됐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 해결을 위한 시발점이다. 정부는 현행 연수생제도를 토대로 그동안 문제가 돼왔던 불법체류, 인권침해등을 단계적으로 풀어 나가야 하며, 기협중앙회 역시 연수생 도입과 관련한 잡음 제거등 관리 및 운영의 투명화를 기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중소업계의 지적이다.<정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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