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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車회사 실적경쟁 꼴불견
입력1999-06-02 00:00:00
수정
1999.06.02 00:00:00
산업부 기자
자동차회사들이 기술개발을 통한 국제 경쟁력 제고보다 경쟁사의 판매실적을 더 중요시하는 「개구리 우물안 식」경영에 집착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현대와 대우, 기아 등 자동차 3사가 매달 1일 집계되는 판매실적을 발표하면서 벌인 꼴불견을 보고 있으면 한국자동차업체의 경영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
이들은 보다 값싸고 질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상대방의 판매실적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현대는 『대우가 지난달 수출실적에서 1만여대를 부풀려 발표했다』고 주장하면서 자동차협회의 자료를 근거로 내놓았다. 현대가 실질적으로 판매고 1위를 차지했으나 대우가 수치를 조작해서 1위자리를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또 대우와 내수 2위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아는 『대우보다 실적을 먼저 발표하지 말라는 사장님의 엄명이 떨어져 곤란하다』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와 기아는 약속이라도 한듯이『이번에는 실적을 부풀리는 대우의 못된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현대가 기아를 인수한 시너지효과(?)가 여실히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이에 대해 대우는 『지난 1년동안 먼저 실적을 발표하다보니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이번달에는 현대와 기아의 실적을 확인하기 전에는 절대로 먼저 입을 열수 없다』고 밝혔다.
3사의 태도는 한마디로 난형난제다.
현대는 평소에는『국내에서는 우리의 경쟁상대는 더 이상 없다』며 『대우를 경쟁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으나 실제 행동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는 업계의 맏형다운 행동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대우도 글로벌경영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와 대우 양사가 세계시장 석권을 겨냥한 품질경쟁보다 타사의 판매실적과의 비교에 연연해 「도토리 키재기 식」경영에만 집착한다면 한국자동차산업의 앞날은 「도토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연성주 산업부 기자 SJY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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